예년보다 빨리 1일부터 바겐세일에 들어간 각 백화점은 세일 초반 이틀간 매출액이 작년 봄 세일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자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보통 금요일부터 시작한 세일이 이번에는 화요일로 앞당겨진 점을 감안하면 아직 ‘추락’이라고 말하긴 성급하지만 심상치 않게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A백화점의 K부장은 “세일 첫날은 세일을 기다려온 기대 수요가 몰리는 날”이라며 “세일 첫날에 이번처럼 실적이 좋지 않고 백화점 도로가 한산한 적은 처음”이라며 걱정했다.
주요 백화점은 이번 주말을 상반기 영업을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은 보통 4, 5월 매출이 좋고 6월부터는 비수기(非需期)에 들어간다.
이미 올 1·4분기(1∼3월) 실적은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선물 시즌’인 5월의 비교적 고정된 매출을 빼면 사실상 이달 매출이 상반기 실적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 때문인지 ‘날씨가 나빠졌으면…’이라는 바람도 나온다. B백화점 L과장은 “날씨가 좋으면 사람들이 야외로 나가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생필품을 주로 취급해 경기를 비교적 덜 타는 할인점도 몸살을 앓고 있다. 1·4분기 매출 신장률이 지금까지 최저수준인 4% 이하로 떨어진 데다 최근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격인하 경쟁도 뜨겁다.
할인점 C사의 M부장은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냉동식품이나 라면, 휴지, 멸균 우유 등의 소비는 늘지만 패션의류, 가전 등은 안 팔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필요한 최소한의 상품만을 구매한다는 의미의 ‘생존 소비’라는 신조어(新造語)도 등장했다.
1990년대 말부터 매년 70∼80%씩 성장해온 홈쇼핑도 성장세를 멈췄다. 1·4분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은(春來不似春)’ 유통업계의 혹독한 겨울은 언제쯤 끝날까.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