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달 중순 이후엔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에 대한 단속도 크게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자들을 돕는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3일 “지난해 탈북자들의 잇단 외국공관 진입을 통한 ‘기획 망명’ 및 1월18일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에서 탈북자 80명이 해상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한 사건의 여파로 중국 내 탈북자들의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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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중국 공안은 지난해 12월 이후 실시해온 이른바 ‘100일 작전’ 등을 통해 탈북자들을 이 잡듯이 색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적어도 수천명의 탈북자들이 북한에 강제 송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탈북자들이 북한 군인에게 100∼200위안(약 1만6000∼3만2000원) 정도를 주면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으나, 북한과 중국의 국경 단속 강화로 이젠 ‘통행료’가 2000위안(약 32만원)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중국을 오가며 탈북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千琪元) 전도사는 “중국 공안들이 외국인 선교사들의 활동도 24시간 감시하고 있어 예전처럼 ‘알고 있으면서도 눈감아 주던’ 관용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중국 공안의 탈북자 북송결정 기간이 지난해 1∼4주에서 최근 하루, 이틀로 대폭 단축됐을 만큼 현지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인권단체와 연락이 닿았던 많은 탈북자들이 검거를 피해 잠적하거나 제3국으로 재탈출하는 바람에 연락이 두절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베이징=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베이징영사관은 한국行 대기소▼
중국 베이징(北京)의 싼리툰(三理屯)에 있는 한국 총영사관은 요즘 한국행을 희망하는 탈북자들로 인해 한국의 탈북자 보호시설인 ‘하나원’의 분원처럼 돼 버렸다.
3일 현재 이곳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은 51명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2배 정도 많다고 총영사관측은 밝혔다.
중국 공안의 단속을 피해 이곳에 들어와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간청하는 탈북자들은 한달 평균 20명 정도. 한창 때는 130여명의 탈북자들이 이곳에서 한국에서의 새 삶을 꿈꾸며 초조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총영사관측은 전체 사무공간의 3분의 1인 200평 정도를 임시 숙소(방 4개)와 샤워실 화장실 세탁실 등으로 개조해서 이들을 수용하고 있다. 총영사관은 이 시설을 언론과 외부인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 탈북자들과의 접촉이 불가능하다.
탈북자가 그리 많지 않던 시절엔 총영사관이 2, 3명씩 한국행을 주선했으나 요즘엔 20명 정도를 모아 필리핀 등 제3국을 거쳐 한국에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총영사관측이 중국 외교부에 탈북자의 명단을 통보하고, 중국 공안이 이를 확인하는 면담 절차를 밟을 때까지 대체로 2개월 정도 걸린다”고 전했다.
이 기간에 탈북자들은 총영사관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24시간 내내 실내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외국 공관이 총영사관 마당을 함께 쓰고 있어 탈북자들은 총영사관 밖으로 나가 바람조차 쐴 수 없다.
비교적 공간이 넓은 민원실은 밤이 되면 탈북자들이 탁구와 배드민턴을 즐기며 답답함을 푸는 운동 공간으로 바뀐다. 오랜 도피생활로 황폐해진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추스를 수 있는 곳이다.
탈북자들 뒷바라지는 모두 총영사관 직원들의 몫이다. 매끼 식사를 배달하고, 의사를 부르고, 담배나 술 등을 제공하는 것 등은 ‘동족애’가 아니라면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다. 진입 탈북자들이 급증한 지난해 5월 이후엔 총영사관 직원 2명이 1조를 이뤄 매일 교대로 숙직을 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탈북자들은 대체로 97, 98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상당 기간 체류하며 중국 공민증이나 여권 등을 구한 뒤 이를 갖고 총영사관 입구에 있는 중국 공안의 신분확인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탈북자들을 돕는 인권 단체 관계자들은 “이들처럼 한국 공관 진입에 성공해 한국에 갈 수 있게 된 ‘운 좋은’ 탈북자들은 그야말로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베이징=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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