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또 백마 탄 남자 만났니. 어휴, 재주도 좋아. 또 우연히 만났지.”
얼마 전까지 방영되던 SK텔레콤의 멀티미디어서비스 ‘준’ 광고에서 이렇게 말하던 빡빡머리 남자, 용이 감독을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났다.》
그는 데뷔를 앞둔 영화감독이지만 이 광고로 ‘CF스타’가 돼 팬클럽까지 생겼다. 사실 그는 이미 유명 CF 감독이다. 전지현이 나온 하나로통신의 인터넷서비스 하나포스와 한국통신 메가패스 ‘유쾌상쾌통쾌’편, 김민희의 초록색 엔시아 화장품 광고가 모두 그의 작품이다.
용 감독이 이날 찾은 곳은 아트선재센터 지하에 있는 영화관인 서울아트시네마. 11일까지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선이 상영된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39계단’ 같은 히치콕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긴 예술영화 중심인데요. 비디오나 DVD로 구하기 힘든 작품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어 좋아요. 저번엔 1950년대 일본 거장 15인전을 했죠. 흑백의 ‘고질라’를 스크린에서 보니 감동이었어요.”
히치콕은 영화학도에게 있어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하는 중요 인물이다. 용 감독도 그의 작품을 보고 영화 만드는 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15일부터 25일까지는 ‘비정성시(非情城市)’로 유명한 대만의 명감독 허우샤오시엔 특별전이 열린다. ‘비정성시’는 한 가족의 얘기를 통해 격동의 대만 현대사를 보여준다.
용 감독의 데뷔작인 배두나 김남진 주연의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아직 한창 작업 중이다. 영화로 인정받고 싶은 그는 영화 외적으로 유명해져 약간 부담을 느낀다.
한 번은 사우나에 갔는데 사람들이 자신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수군댔다. 그런 분위기가 어색해 애써 시선을 외면하는 순간, 사우나 휴게실의 대형 TV에서 ‘준’ CF가 나왔다. 알몸이었던 그는 후닥닥 자리를 피했다.
“영상을 만드는 게 제 진짜 직업입니다. CF나 영화를 못 만들면 웨딩 비디오 촬영이라도 할 거예요.”
주말에 놀러갈 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또 영화 얘기를 꺼냈다.
“경기 남양주시 양수리에 있는 서울종합촬영소에 가보세요. ‘공동경비구역 JSA’에 나왔던 판문점 세트도 있고 ‘취화선’의 한옥 세트장도 있어요.”
세트장을 본 뒤 영화 역사박물관인 영화문화관을 둘러보고 주변 음식점에서 동치미국수를 먹으면 좋은 주말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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