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개전 3주일 만에 미국이 주도한 연합군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감에 따라 이번 전쟁이 앞으로 미국의 세계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전쟁은 미국이 유엔의 지지를 얻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실패했음에도 영국 등 일부 국가의 동참을 등에 업고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자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대량살상무기 해제를 명분으로 선제공격에 나선 전쟁이었다.
그런 만큼 미국은 국내외적으로 전례 없이 강력한 반전 기류 속에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전쟁은 최첨단 무기와 다양한 전략전술을 구비한 미국의 일방적인 힘의 과시로 진행됐다.
이라크전쟁은 그 규모면에서는 1, 2차 세계대전과 비교되지 않지만 전쟁의 효과는 국제 질서 재편의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냉전체제의 해체 이후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의 향후 세계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미국이 각종 분쟁에 무력을 사용하려는 유혹을 더욱 강하게 느낄 것이라는 지적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 만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북한 이란 등에 대한 대응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라크전쟁 승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향후 세계전략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엔과의 관계 설정은 당장의 관심사항이다. 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탄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체제가 국제정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이 유엔의 역할과 체제를 현재대로 유지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개전 당시 유엔의 역할에 실망한 미국이 인도적 구호와 원조 사업 이외 이라크 임시정부 수립 등 핵심적인 부문에서 유엔의 개입을 얼마나 허용할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이라크 재건 계획은 유엔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외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개전에 반대해 냉기류가 조성된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과의 관계 개선도 주요 과제다. 전세가 미국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되면서 반전 국가들이 태도를 조금씩 바꾸긴 했지만 여전히 불편한 관계다.
이라크전쟁 승리가 중동 평화와 이 지역에서의 민주화 바람을 불러올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최악의 상태에 이른 이슬람권의 반미감정이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문제다. 1991년 걸프전이 9·11 테러를 자행한 알 카에다의 탄생을 초래했다는 지적은 참고할 만하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