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국회 기능의 강화를 위한 정치개혁의 방안으로 현재 논의되는 것이 헌법상 대통령의 직속기관인 감사원의 회계검사권을 국회로 이관하는 문제다. 이미 노 대통령은 2일 국정연설을 통해 “감사원의 회계검사기능을 국회에 이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계검사권의 국회 이양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감사원이 국가기관의 회계검사와 공무원의 직무감찰을 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97조이다. 따라서 헌법의 개정 없이는 감사원의 회계검사권이 국회로 이관될 수 없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과연 현행 헌법 아래에서 국회가 국가기관과 법률이 정한 단체에 대한 회계검사를 할 수 없는 것인가. 물론 현행법 하에서도 국회는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 일반적인 안건심의 등 관련 헌법과 국회법의 규정을 근거로 해 일정한 범위에서 국가기관 등에 대한 회계검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이 문제를 역사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혜안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근대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군주가 자의적으로 재정을 운영해 국민의 재산을 수탈하고 그들을 가렴주구(苛斂誅求)하지 못하도록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동의권과 견제권을 행사하면서 성립했다.
우리 헌법상 재정에 관한 국회의 권한도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을 만들고 그것이 어떻게 쓰였는지 감시하고 통제하는,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에 비해 헌법에서 규정하는 감사원의 회계검사권은 국회의 재정에 대한 전반적인 권한과 기능을 효율적으로 보조하기 위한 기술적인 의미만을 갖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상 국회가 갖는 재정에 대한 권한이 ‘핵심적 헌법규정’이라면 감사원이 행하는 회계검사권은 국회를 보조하는 기능으로 ‘기술적 헌법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행 헌법상 감사원이 갖는 회계검사권을 국회가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재정민주주의 이념에 합치하기 어려우며 헌법에 대한 역사적인 해석에도 충실하지 못한 견해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회계검사권을 국회에 부여한 대표적인 나라이며 독일도 연방회계원이 독립된 국가기관으로서 그 장을 의회가 임명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종국에는 회계검사권의 국회 이양을 위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나라 살림살이는 국회가 감시한다’는 평범하고 당연한 원칙이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김성수 연세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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