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번송/대중교통 투자 늘려야

  • 입력 2003년 4월 17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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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지하철 회사의 인력 효율을 제고하고 대중교통수단에 더 많은 국가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

지하철 인력 효율화를 위해서는 우선 역당 평균 3명인 매표(賣票) 요원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하철, 버스, 마을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한 달에 일정액을 지불하면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정기권’ 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 선진국들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통합정기권제도는 대중교통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기업체에서는 차비 조로 월 정기권을 직원들에게 무료 배포하고, 국가는 이 비용을 면세 처리해 주어야 할 것이다. 노인은 경로우대 월 정기권을 동사무소에서, 학생은 정기권을 학교에서, 일반 시민은 은행 및 일반 소매점에서 각각 구입하도록 한다. 정기권에는 사진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포함돼 타인 사용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서울의 두 지하철공사 사업처 업무를 사업소로 이관하면 많은 인력을 절약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평균 7개 역에 역장을 1명씩 두고 있으나 서울의 경우 역마다 역장이 있다. 역장 한 명이 3개 역을 관리하도록 하면 절약된 인력을 실무 역무원으로 전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개혁을 통해 절약된 인력 모두를 승무원으로 전환하면 지금보다 열차 당 승무원을 1명씩 늘릴 수 있다. 승무원은 수시로 전동차를 순회하며 유효한 정기권 보유 여부를 검사하고 안전업무도 수행할 수 있다. 인력 개편에 대한 노조의 반대는 지하철회사 운영에 시민 또는 시민단체를 참여시켜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전한 지하철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력 효율화만으론 불충분하다. 고급 안전인력 확보, 대중교통 보조금 등 대중교통에 대한 다양한 투자가 필요하다. 재원 확보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02년 교통시설 특별회계가 13조원이었는데 법적으로 대부분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시설에 투자되고 2%만 광역교통시설에 사용하도록 돼 있어 버스 공용 차고지 건설과 환승 센터 건설 등에 사용되고 있다. 우선 교통시설 특별회계를 교통 특별회계로 바꾸어 시설건설에만 사용한다는 제한을 풀고 대중교통계정을 신설해 지출의 20% 이상을 대중교통보조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앞으로 부동산 가격 억제를 위해 재산세가 계속 인상될 것이다. 대중교통개선 문제에 거의 재정적 기여를 하지 않고 있는 구(區)가 재산세 인상분을 독차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따라서 앞으로 재산세 수입의 일정 비율을 광역시 재정으로 환급해 대중교통 개선에 쓰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는 도로나 지하철의 신설 또는 연장에 돈을 쓰는 것을 가급적 억제하고 기존 대중교통시설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교통정책은 지하철 건설 위주의 지원정책이어서 광역시들은 기존의 대중교통, 특히 버스의 서비스 향상보다는 지하철 건설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분배와 성장간 조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 참여정부에 대중교통 지원 확대를 통해 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것을 권한다. 대중교통은 중·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므로 이에 대한 지원은 분배뿐 아니라 혼잡비용 감소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이번송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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