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효림/북한엔 침묵하는 인권委

  • 입력 2003년 4월 17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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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국(金昌國) 국가인권위원장이 17일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화제는 자연스레 북한 인권 문제로 옮겨졌다.

김 위원장은 유엔인권위원회가 16일 북한의 인권 문제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 “북한도 유엔 회원국이니 부담을 느낄 것” “결과적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규탄 결의안 채택에 한국 정부가 불참한 것에 대해 “정부 나름대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김 위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계량화된 자료가 없어 잘 모르겠다”고 답변해 국회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그는 이날 그렇게 답변한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미 국무부가 발행한 북한인권실태 보고서와 탈북자 증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의 인권 실상에 대해 파악하고 있지만 인권위 내부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공식)논의한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인권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북한 정부에 인권 담당 부서가 있다면 이들과 교류해보겠지만 (그런 기구를) 찾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또 이 문제에 대한 향후 방침에 대해서도 “앞으로 차차 논의를 해 보겠다”고만 짤막하게 답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그의 이같은 소극적인 자세는 지난달 이라크 파병을 사실상 반대하는 의견서를 신속하게 내던 모습과는 다른 것이다. 당시 인권위는 인류의 보편적 권리인 인권을 보호하는 독립기관으로서 정부 방침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당시와 지금의 태도가 다르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당시 결정은 이라크 국민을 비롯해 파병될 한국인들의 인권보호가 시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 역시 유엔 인권위가 결의안을 채택할 만큼 국제사회에서는 급박하고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작 인권위 내부에서 아무런 논의 없이 계속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인권위원회법은 그 적용 범위를 ‘대한민국 국민과 국내거주 외국인’으로 정하고 있으며 헌법상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에 속한다. 당연히 북한 주민의 인권은 인권위가 관심을 가져야할 중요한 문제다. 물론 북한 인권 문제는 정치적 상황과 맞물린 민감한 사안이다.그러나 인권위가 정치상황에 따라 ‘인권의 잣대’를 달리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손효림 사회1부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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