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시아系 주민 애꿎은 '사스 불똥'…차이나타운 썰렁

미국 전역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가 급격히 퍼져가면서 아시아계 주민들이 큰 피해를 겪고 있다.

뉴욕 워싱턴과 캘리포니아주 일대의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은 도시에선 사스 감염자가 있다는 헛소문이 퍼지면서 차이나타운의 중국식당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뉴욕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식당 주인의 말을 인용해 “아시아인들은 몰려다니는 성향이 강해 위험하다는 소문이 퍼져 차이나타운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보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샌프란시스코 등지에 사는 중국계 이민자들이 홍콩의 웹사이트에 떠 있는 사스 관련 루머를 옮기는 바람에 미국 내 차이나타운에 공포감이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16일 차이나타운의 한 중국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시민들을 안심시키면서 “뉴욕의 사스 감염자는 10명에 불과하며 이들도 뉴욕 현지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차이나타운에 대한 사스 공포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미 언론은 보고 있다.

사스 공포에 따른 일반 관광객의 아시아지역 여행 기피는 물론이고 미국 대학들이 중국 싱가포르 등지에서 올 여름과 가을에 시행하려던 각종 교육프로그램들이 학생들의 신청 취소 때문에 지역을 옮기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 기업들은 미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에 따라 직원들에게 홍콩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지로의 업무출장을 금지하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