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者회담 韓-美 움직임]한국, 당국자 北京파견 간접 참여

  • 입력 2003년 4월 21일 18시 38분


▼한국…회담 시작단계부터 입장 적극 전달▼

정부는 북한 미국 중국 3국간 베이징(北京) 회담의 시작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간접적인 방식으로 대화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는 16일 3자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하면서 우리 대표를 베이징에 별도로 파견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3, 94년 1차 북핵 위기 때는 우리 대표가 북-미회담이 열리는 베이징과 스위스 제네바 등을 따라다니며 미국 대표로부터 회의 결과를 전달받았으나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번에도 우리는 회담 당사자로 참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미 한국대사관이나 주한 미국대사관, 주중 한국대사관, 주한 중국대사관 등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중국으로부터 회의 결과를 전달받겠다는 게 정부의 초기 구상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핵 재처리 움직임을 언급하는 등 상황이 변하자 대표단을 파견키로 방침을 바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정부는 워싱턴에서 열린 한 미 일 차관보급 정책협의회에서 책임있는 당국자가 현장(베이징)에 가서 정책 조율 및 의견교환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며 “이에 대해 미국도 좋다고 해서 우리 정부는 대표를 파견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대표를 베이징에 파견해 3자회담의 진행 과정을 점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북핵 해결과 정에서의 주도적 역할 방침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3자회담이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1차 3자회담에서 구체적인 협의나 합의가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후속 회담의 전개 방향에 따라서는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자회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과 국회의원들의 지적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며 “앞으로 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포함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미국…강온파 논란불구 일단 참여로 가닥▼

미국은 북한-미국-중국의 3자회담 개최에 대한 행정부 내 강온파 대립에도 불구하고 일단 회담에 참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 같다.

부활절 연휴를 고향인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보내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부활절 기념예배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3자회담 참가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북핵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클레어 버천 백악관대변인은 “회담이 결정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버천 대변인의 논평은 아직도 협의가 계속되고 있는 중국 등 관련국과 협상 상대인 북한을 고려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도 한국 중국 일본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근거로 회담 성과를 낙관하는 발언을 했으며 한-미-중-일 4개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팻 로버트 미 상원 정보위원장도 ‘폭스 뉴스 선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북한에 대해 의미 있는 태도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며 3자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미국이 회담 참가를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참가하는 것으로 보면 틀림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회담이 개최될 때까지 참가를 공식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인 것도 이 같은 기류를 엿보게 한다.

이날 워싱턴에 도착한 한승주(韓昇洲) 신임 주미대사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3자회담은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안다”면서 “회담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험난할 길을 가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해 3자회담 개최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회담이 시작되더라도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미국 일본 3국은 18일 열린 사전협의에서 한국 일본이 참가하지 않는 한 실질 문제의 논의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뒀지만 북한이 한국 일본의 참가를 수용할 것이란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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