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고기정/도시개발공사의 짜증서비스

  • 입력 2003년 4월 2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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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분양 아파트는 언제 청약할 수 있나요?”

“몰라요. 본사에 문의하세요.”

“6월로 기억하는데 맞습니까?”

“본사에 문의하라고 했잖아요.”

22일 있었던 전화 통화였다. 서울 마포구 상암지구에 공급되고 있는 아파트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통화 상대는 서울시도시개발공사(도개공) 모델하우스 상담원. 답변인지 질책인지 모를 통화였다. 짜증과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

과도한 업무 때문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이런 식의 문의를 수도 없이 받을 테니까.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모델하우스를 직접 찾아갔다. 예상과 달리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나른한 봄날 오후의 한가함마저 묻어났다.

혹시나 해서 도개공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아직도 여전한 불친절 행태’ ‘전화 유감’ ‘임대아파트 신청 유감’이라는 제목의 항의성 글이 가득했다. 심지어 지난달 초 실시한 임대아파트 청약 접수창구가 너무 좁아 인사사고가 발생할 뻔했다는 비난도 있었다. 홈페이지 한쪽에 걸려 있는 ‘으뜸 품질경영’ 인증서가 무색할 정도였다.

도개공은 설립 목적에서 밝혔듯 시민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을 위한 공기업이다. 영세민용 임대아파트나 소형 분양주택을 짓는다.

이처럼 ‘고달픈’ 일을 하는 도개공에 민간업체들이 실시하는 ‘황홀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압적이고 관료적인 업무태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실제 행정자치부가 실시한 2001년 경영실적 평가에서도 도개공의 고객만족 지표는 전체 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 만난 도시공학전문가는 서울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도개공이 소형보다는 30평형대 임대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택 수요 대부분이 중형 아파트에 몰려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도개공 아파트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이 단지 평수에서 비롯된 것일까. 공급주체마저 수요자를 천시하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 때문은 아닐까.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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