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노무현정부 2개월 경제정책 점검

  • 입력 2003년 4월 24일 17시 58분


코멘트
《25일로 출범 두 달을 맞은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정책의 현주소를 바라보는 평가는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또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 정확히 어떤 모습인지를 말하기도 아직은 이르다.》

노 대통령이 대선 공약 등에서 내건 정책 가운데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처럼 원안(原案)대로 추진되는 내용이 적지 않다. 경기부양책을 둘러싼 논란처럼 부처간에 혼선을 빚은 경우도 있었다. 공기업 민영화처럼 지난 정부에서부터 추진해 온 정책이 새 정부 들어 뒷걸음질치거나 방향전환을 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현 정부가 경제현실의 복잡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조짐도 일부 비친다. 이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는 무리한 정책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를 믿고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만큼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른바 ‘진보적 시민단체’에서는 기업과는 다른 각도에서 경제개혁의 실체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개혁’ 추진 속에서 현실 감안하는 모습=노 대통령의 경제관련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입법은 일부 대기업과 조세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밀어붙여 올해 말까지 입법절차를 마쳐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결론이 났다. 또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 회계분야에 대해서만 1∼2년 적용을 유보한다는 손질을 거쳐 하반기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반면 현실주의적 정책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는 새 정부의 경제운용방향을 제시하면서 환경규제 완화 등 각종 기업규제 완화대책을 내놓았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당국자는 “새 정부가 지금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학습하고 있는 중”이라며 “다행히 그 속도가 빨라 조만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 ‘개혁적 교수그룹’을 주축으로 쏟아져 나온 급진적 개혁안에 대해 기업과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투자와 소비관련 지표가 바닥으로 떨어진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시장개혁을 시장 친화적 방식으로 꾸준히 추진하되 정상적인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은 여전=이라크전쟁이 끝나면서 대외적인 불투명성은 많이 해소됐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한양대 예종석(芮鍾碩·경영학) 교수는 “지금 가장 시급한 경제현안은 국민의 불안한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그런데 경제부처마다 목소리가 다르고 같은 부처에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말이 나와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가 어려울 때는 일관된 정책방향을 제시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부양책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취임 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기가 나쁜 것은 이라크전쟁 등 대외적인 요인 때문인데 지금 경기부양책을 써봐야 실효가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상황을 봐가면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수도 있다”며 경기부양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기획예산처도 균형재정을 해치는 추경에 대해서는 “적어도 상반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가 최근에는 상황을 봐가면서 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출자총액제한 제도 등 대기업정책에 대한 혼선도 심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출자총액제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장은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경제부총리는 완화하겠다고 한다”며 “각 부처간의 역할설정이 명확하지 않고 부처간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민영화는 정치논리에 밀려 이전 정부보다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지적된다.

단국대 김태기(金兌基·경제학) 교수는 “공기업 민영화는 지난 5년간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며 “최소한의 경제논리가 살아있다면 설사 공기업 민영화를 백지화하더라도 최소한 경영합리화 방안은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