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기사를 썼다면 해명이나 반박을 당하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그러나 해명자료는 늘 실체적 진실을 담고 있을까요.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일은 없을까요.
4월 19일 본보에 ‘다단계업체 공제조합 공정위출신 내려보내’라는 특종 기사가 나갔습니다.
다단계업체들의 모임인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조합설립과 인허가, 직원채용, 해임 등과 관련돼 물의를 빚었던 사안입니다.
저희는 제보를 받고 해고자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조합 등 여러 이해당사자를 취재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워낙 ‘어수선한 세월’이라 기사게재까지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 팩트(사실)만 전달하고 공정위 반론도 충분히 실었습니다.
보도가 나가자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이 가운데 ‘전혀 사실이 아닌’이라는 문구(文句)가 있었습니다.
상당히 황당했습니다. 사실을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쓴 기사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니….
공정위도 특수판매공제조합을 감독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입니다. 수백 개 다단계 업체들의 모임인 탓에 불협화음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언론이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책무입니다.
최근 공정위와 관련된 다른 언론매체 보도 가운데 명백히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이 기사에 대해서는 해명자료를 내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담당 부서에서 딱히 문제를 삼지 않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오보라도 문제를 안 삼고 싶으면 넘어가고, 사실이라도 정부에 불리하다면 해명자료를 내려는 것일까요. 이런 사례는 요즘 다른 부처에서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노태우 정부 시절 ‘범죄와의 전쟁’ 직후 초등학교 3학년생이 낀 ‘조직폭력배’가 잡혀 실소(失笑)를 자아낸 적이 있습니다. 경찰이 건수를 올리려고 꼬마들을 조직폭력배로 만들어 낸 것이지요.
‘범죄와의 전쟁’과 ‘오보와의 전쟁’은 물론 다릅니다. 하지만 정부가 ‘의식과잉’으로 불필요한 ‘전쟁’에 나서면 거의 반드시 부작용이 따릅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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