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LG 지주회사 출범 2개월

  • 입력 2003년 4월 2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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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2위의 그룹 LG가 주요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지주회사를 출범한 지 만 2개월. 지주회사 ㈜LG의 출범으로 계열사의 움직임이나 직원들의 표정에서 당장 달라진 점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른 변화는 주식시장에서, 또 LG그룹의 근저에서 작지만 분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가가 오른다=LG에 대한 기대감은 계열사의 주가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통합 지주회사인 ㈜LG의 주가는 LGCI와 LGEI가 합병돼 재상장된 3월 11일 6550원(종가기준)에서 28일 현재 7980원으로 22% 올랐다. 또 ㈜LG의 지주회사체제로 편입된 35개 계열사 가운데 10개 공개기업의 시가총액은 3월11일 12조8672억원에서 28일 현재 14조970억원으로 9.6%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 5.5%보다 크게 높은 것.

㈜LG의 조석제(趙碩濟) 재경 부문 담당 부사장은 “주가 동향을 고려할 때 LG 자회사 주가 상승의 대부분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도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이다.

대한투자신탁증권의 이정 애널리스트는 “LG의 지주회사 설립은 기업경영의 투명성 및 독립성 확보, 계열사간의 지원 부담 해소 등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동양종금의 민후식 애널리스트도 “LG의 지주회사화는 과거 그룹 지배에 따른 계열사 경영 간여와 투자를 배제하도록 시스템화한 것으로 투자자의 신뢰도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 여러 외신들도 LG그룹의 변화를 ‘한국 기업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라고 평가하며 관심을 보였다.


▽배당도 커질까=㈜LG는 자회사의 지분을 가진 것 외에 별도의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순수 지주회사로 배당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서구의 지주회사들은 대부분 자회사 순이익의 3분의 1을 재투자하고 3분의 1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사내에 유보시키며 나머지 3분의 1은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LG가 이전과 차원이 다른 배당방식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강유식(姜庾植) ㈜LG 부회장은 “배당 측면에서 지주회사와 소액주주의 이해 관계는 일치한다”면서 “배당의 ‘새로운 공식’을 찾고 있으며 액면기준인 배당 방식을 시가기준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그룹은 지주회사 출범을 준비하면서부터 배당률을 늘려왔다. LG화학은 2001년 결산에서 15%였던 액면가 대비 배당률을 2002년 결산에서는 30%로, LG전자는 15%에서 20%로, LG생활건강은 20%에서 30%로 높였다.


▽주주에 대한 개념이 바뀐다=지주회사 출범 후 LG계열사 임직원 교육의 중심이 ‘그룹에 대한 충성심’에서 ‘주주 중심의 투명경영’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LG의 강 부회장은 최근 신임 임원 교육에서 “경영자는 시장을 내다보고 주주를 중시하는 투명경영을 해야 하며 주주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며 신임 경영자들에게 ‘주주가치 중심경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남아 있는 과제들=LG그룹은 지난달 말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면서 계열사에서 파견된 20여명의 인력으로 자회사들의 공동 감사기구인 ‘정도경영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었다.

정도경영TFT의 김태오(金泰五) 부사장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의 역할은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정도경영TFT는 자회사 감사위원회의 경영진단 요청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회사별로 감사위원회 지원 인력을 뒀을 때 자회사의 부담이 너무 커지고 자회사를 지원하는 업무의 성격상 지주회사 산하에 둘 수도 없다는 것이 LG측 주장.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 조직이 이름만 바꾼 ‘구조조정본부’가 될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金尙祚·한성대 교수) 소장은 “정도경영TFT가 마케팅, 구매, 연구개발 등의 조정업무를 수행하면서 지주회사나 대주주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며 “이와 함께 LG의 지주회사 시스템을 ‘성공한 모델’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적인 사외이사의 선발 등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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