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버산업’이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 올해 전체 한국 인구의 8% 이상이 65세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사회’의 기준치인 7%를 2000년에 넘어선 데 이어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 노년층은 윗세대와 달리 꽤 부자인 사람도 많다. 이 때문에 실버시장이 새로운 ‘엘도라도’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열리고 있는 ‘실버토피아 2003’ 박람회는 이런 잠재력을 가진 한국 실버산업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자리.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에는 70여개 업체가 수백개의 용품과 서비스를 전시하고 있다.
#실버용품 봇물처럼 쏟아진다.
지난달 29일 봄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전시장 곳곳은 50대 이상의 노후를 준비하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이들은 주거업체가 내놓은 실버타운과 전원주택, 건강용품업체가 전시한 의료보조기구, 건강식품 등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인천에 실버타운을 분양 중인 해동재단 장원찬 실장은 “실버타운은 최근 수요층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면서 “실버타운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도 점차 바뀌고 있다”고 귀띔했다.
노인용 이색 용품도 눈에 많이 띄었다.
지팡이와 의자, 짐수레 기능이 함께 있는 ‘실버카’(제조업체 실버마을, 가격 18만원)나 노인 또는 장애인도 손동작으로 하루 30㎞ 이상을 운전할 수 있는 전동 스쿠터 ‘나드리’(케어라인, 150만∼230만원)가 있었다.
또 △손톱을 갈아 피부가 다치는 것을 막아주는 ‘손톱갈기’(유니실버, 2만원) △당뇨환자의 발 손상을 막아주는 기능성 신발 깔창(조이리 엔터프라이즈, 5만원)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쓰는 저주파 치료기(유닉스전자, 19만8000원)도 전시되고 있다. 대부분 품목이 특별 할인가로 판매되고 있다.
이 밖에 50세 이상의 ‘은퇴자’에 대해 5만달러를 6개월 이상 예치하면 ‘영주(永住) 비자’를 주는 필리핀 정부의 투자유치 프로그램을 소개, 알선하는 부스도 눈에 띄었다.
#아직은 미성숙 시장,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실버시장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 주요 연구소들은 고령화 사회의 급진전과 이에 따른 실버산업의 발전을 올해의 10대 트렌드에 포함할 만큼 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초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로 이번 박람회에는 고령취업 알선이나 각종 교육, 자산관리 등 복지와 자산관리, 레저 쪽으로 참여한 업체가 눈에 띄게 적었다. 박람회 주최 업체인 서울전람의 박준범 팀장은 “숙명여대 사이버교육원을 제외하고는 복지와 재테크 분야에 참여한 업체가 없다”면서 “유치하기 위해 이쪽 분야 업체를 찾았으나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실버업체가 군소업체라는 현실도 시장 발전에 걸림돌로 지적된다.
한 관람객은 “별로 대단한 효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일부 제품 가격은 터무니없이 높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 참여업체 관계자는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아직 소비자가 적기 때문”이라며 “대량생산하면 절반 이하로 값을 낮출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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