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모토마치(元町)공장을 들렀다. 59년 첫 가동한 모토마치공장은 도요타 최초이자 아시아 지역 ‘첫 조립전문 생산공장’이다. 지금은 크라운, 브레비스, 마크Ⅱ 등 세단형 승용차와 하이브리드차(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장착, 배기가스를 줄인 차)인 프리우스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건물은 낡아 보였지만 단지가 잘 정돈돼 있다는 느낌이다. 설립 당시의 외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조립공장 견학은 천장 쪽으로 설치된 ‘투어 라인’을 따라 이뤄졌다. 작업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배려이리라.
컨베이어 벨트엔 각기 다른 차종이 얹힌 채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차종에 따라 들어가는 부품이 일부 달랐지만 조립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부품뿐 아니라 공구함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작업 손놀림이 훨씬 수월해 보였다. 도요타는 이를 ‘싱크로나이즈드 달리(Synchronized Dolly·일체화된 작업대)’라고 불렀다. 부품 조립작업은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의미다.
모토마치공장의 조립라인은 이제는 전 세계 자동차공장의 보편적인 생산모델이 된 ‘간반(看板)방식’을 처음 적용한 곳이다. 이는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때 필요한 양만큼만 조달하는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식 생산시스템이다. 사용한 부품만큼 조달하므로 낭비가 없고 적기(適期) 공급이 가능하다. 재고 부담도 거의 없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도요타의 짠물정신이 배어 있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머리 높이로 길게 이어진 흰색 로프도 시선을 끌었다. 누구나 조립 중에 문제가 생기면 이 줄을 잡아당겨 생산라인을 멈출 수 있다고 도요타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이 같은 도요타식 생산시스템을 일부 도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도요타의 종업원과 협력업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생산방식에 익숙해져 효율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도요타 생산성의 뿌리는 근로자에게 있었다. 작년 도요타 근로자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제안한 건수는 모두 61만여건. 한 사람이 평균 12건씩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가운데 95% 이상을 채택, 현장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차량에 흠집이 가지 않도록 차 외부에 덧붙이는 차체보호대도 직원의 제안에서 나온 것이다.
“제안이 채택되면 500엔에서 최고 20만엔의 포상금을 주지만 꼭 이것 때문에 제안건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원가절감의 필요성을 종업원이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도요타 기업PR담당 시니치 가와모토의 말이다.
그때 조립공장 한쪽 벽면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좋은 상품, 좋은 생각(よい 品 よい 考)’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도요타의 창업정신으로 지금도 ‘도요타인’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도요타시(일본)=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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