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불어날수록 점점 더 크게 베팅하고, 돈이 줄어들수록 점차 베팅을 줄여라.’ 난 입술을 깨물고 이 한 가지 원칙만 꿋꿋하게 따랐을 뿐이었다. 그 원칙이 뭐 그리 중요하며, 또 무슨 자제력이 그토록 필요하단 말인가. 언뜻 이해가 잘 안 갈지 모른다.
하지만 ‘백견(百見)이 불여일행(不如一行)’, 직접 한번 해 보라. 사람인 이상은 도저히 그걸 못 지켜 낸다. 그냥 못 지키는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고, 정확히 그 반대로 하다 대개 다 잃고 말 것이다.
주식투자도 이치를 따지고 보면 성공과 실패가 바로 이 원칙에서 갈린다. 한 예로, 지난 3, 4년 주식과의 전쟁에서 중상을 입고 항복한 유(柳) 사장.
최근에 오랜만에 찾아와 하는 첫마디가 “제가 결국 자제를 못했습니다”였다. 그는 이 원칙 준수의 굳은 의지를 틈날 때마다 공책 빼곡히 적던 분이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작년엔 설악산 어느 험한 암벽을 일부러 여섯 차례나 올랐다고 했다. 자제심을 허락해 주십사 조용한 절에서 삼천배(三千拜), 그 힘든 수행도 이겨냈다고 했다. 그렇게까지 하고도 끝내 그걸 못 지키고 무릎을 꿇었다 하니…. 이 원칙은 정말 대단한 강적 아닌가. 그리고 그 속엔 엄청난 뭔가가 숨어있는 것 같지 않은가.
‘벌면 늘리고 잃으면 줄여라.’ 이 단순한 계명의 준수 여부가 왜 운명이 걸린 승부처가 되는 걸까? 그리고 도박사나 주식투자자나 왜 십중팔구 거기서 주저앉고 마는 걸까? 한번 생각해 보자. 가령 100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다섯 종목을 20원어치씩 샀는데 가격이 내려 각각 20%씩 잃고 나왔다. 종목당 4원씩 총 20원 손해보고 80원이 남은 것이다. 이 경우 이제 25%를 벌어야 본전이 되고, 만일 20원 더 깨진다면 67%나 만회해야 된다. 매우 힘든 상황일 뿐 아니라 잘못하면 주르륵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따라서 타개책은 오직 하나, 더 많이 분산하고 분할하는 것이다. 즉, 남은 80원으로 8원씩 열 종목에 분산하되, 한 종목도 4원씩 두 번 분할매수한다. 사고 나서 한참 이익을 냈을 때 또 한번 더 산다는 말이다. 따라서 종목당 20% 손절매 원칙을 고수한다 할 때, 한번 손실은 0.8원이다. 전에 비해 1회 손실액, 즉 베팅 금액이 4원에서 0.8원으로 5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다. 가령 내게 클리닉을 부탁한 투자자에게 이 같은 처방을 내놨을 때 그 반응은 과연 어떨까…. 안 봐도 눈에 선하지 않은가.
“아니, 박사님! 그렇게 해 가지고 언제 본전 찾겠습니까?”
김지민 시카고투자컨설팅대표 cic2010@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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