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09…명멸(明滅)(15)

  • 입력 2003년 5월 7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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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탈라나? 낚싯배에 오르기 전에 아내에게 물었다 신태야! 신태야! 아내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기만 할뿐이었다 나는 아들의 유골을 껴안고 배에 올랐다 역전 달리기를 하고 귀국할 때의 그 사공이었다 사공이 삿대로 강바닥을 밀자 배는 여자들의 울음소리를 뿌리치고 강가를 떠났다 아이고- 아이고- 신태야 신태! 모든 것이 아버지 때하고 똑같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는 한겨울이었는데 지금은 한여름이라는 것 그리고 곡을 하고 노래를 불러주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 정도였다 나는 혼자서 웅얼거렸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진다고 한탄마라 너는 명년 봄이 되면 또 다시 피려니와 한번 간 우리네 인생 떨어진 낙엽만 같아라 사공이 삿대질을 하면서 오징어를 씹듯 입을 우물거렸다 어이야 어허야 아 아 하 어허야 배가 멈췄다 나는 하얀 천의 매듭을 풀고 아들의 뼈를 강물에 뿌렸다 그러나 아직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진다고 한탄마라 너는 명년 봄이 되면 또 다시 피려니와 한번 간 우리네 인생 떨어진 낙엽만 같아라 사공이 내 마음을 헤아렸는지 강물과 같은 속도로 배를 움직였다 어이야 어허야 아 아 하 어허야 아 어이야 어허야 아 아 하 어허야 아 벌거벗은 아이들이 온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중에 아들의 모습을 찾았다 아들이 죽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나 왜 저 아이들 중에 우리 아들의 모습은 없는지는 모른다 알 수 없었다 모래톱을 한 바퀴 돌자 영남루 빨간 정자가 보였다 한 바퀴만 더 돌아주이소 이번에는 더 천천히 사공은 대답 대신 또 소리를 해주었다 어이야 어허야 아 아 하 어허야 아 배가 삼베 상복에 짚신을 신은 가족들 앞을 천천히 지났다 어이야 어허야 아 아 하 어허야 아 모래톱을 세 바퀴 돌고 모직회사의 빨갛고 하얀 굴뚝이 보였을 때 강물은 반짝임을 잃고 종남산 꼭대기는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사공에게 가족들이 기다리는 강가에 내려 달라고 했다 어머니도 동생도 아내도 딸들도 그저 얼이 빠진 채 돌계단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 종일 햇볕을 받아 빨갛게 익은 얼굴이 번들거렸다 배에서 내리자 삼베 보자기를 쓴 아내가 가칠한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 면회 안 왔으면 당신을 죽여버릴라고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내일동 반장 정씨가 연락을 한 모양이다 보건소의 일본 사람들이 멋대로 들어와 온 집안을 소독하고 있었다 밤새 창문과 문을 열어놓았지만 간코 냄새는 빠지지 않았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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