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핵심과제로 지방대 육성을 강조한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방대 문제는 양과 질의 측면에서 모두 고질적으로 곪아 있어 섣불리 대들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양적인 문제는, 수험생보다 대입 정원이 더 많아진 가운데 지방의 많은 대학들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질적인 문제는, 우수한 두뇌들이 지방대에 입학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지방의 유수 대학에서 배출된 인재들도 지방에 뿌리내리지 못함으로써 지방대가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는 무기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방대를 적극 육성·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학의 서열화가 고착됨에 따라 교육 및 연구여건이 취약해지고 재원 및 인력이 부족해진 지방대를 일정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특단의 ‘영양분 공급 조치’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세 가지 측면의 접근방법이 있다.
첫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고려되어온 ‘지역 인재 할당제’나 ‘지역 인재 임용목표제’ 등 특단의 조치로 지방대가 우수 인력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일정 수준의 지방 고급인력이 지방대에서 수학한 후 산업현장이나 주요 기관에서 활동하면서 지방 각계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10년 정도의 한시적 조치로 보육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 대학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같은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둘째, 재정지원의 문제이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재정투자를 하되 과거처럼 나눠먹기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역량 있는 대학에 집중 지원함으로써 대학과 산업의 동시 발전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어야 한다. 대학 실험실에서의 창업, 벤처기업으로의 성장, 지역 내에 건설한 공장을 통한 산업활동 등 단계적으로 산학협동을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테크노파크와 같은 대학 연계형 산업혁신 전략이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 지방대 또한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강력한 자구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학문분야의 특성화, 입학정원의 축소, 관련 대학과 학과간의 통폐합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교육과 연구 여건을 선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빈사 상태에 빠진 지방대를 살리는 것만이 지방과 국가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안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광진 충남대 총장·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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