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韓派 네트워크]<2>일본…"친목 넘어 정책교류"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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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한국의 여야 국회의원 21명은 일본을 방문해 ‘동북아평화를 위한 한일의원 토론회’를 가졌다. 눈길을 끈 것은 일본측 멤버 구성. 경륜을 중시하는 일본 정치의 특성을 반영해 5선 이상의 60, 70대 의원이 다수였지만 40대의 전후세대 정치인도 상당수 참석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측의 한 참석자는 “한국에서 젊은 의원이 늘면서 일본측 카운터파트의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라면서 “한일 정치인 교류도 세대교체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축구대회 공동개최 등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간의 거리감이 좁혀지면서 일본 내 여론을 주도하는 정계와 학계에서 ‘친한파’ 또는 ‘지한파’를 자처하는 인사가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특히 상대적으로 ‘역사문제’에서 자유로운 전후세대에서 두드러진다.》

▼정계▼

소장파 의원들의 교류에는 일본측이 더 적극적이다. 서열이 중시되는 일본 내 정치에 식상한 젊은 의원들이 외교분야에 눈을 돌리면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발전 속도도 빠른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연재물 목록▼

- <1>미국…공화당 인맥 부실

집권 자민당의 소장파 의원들은 2001년 또래인 한나라당 미래연대소속 의원들과 ‘한일미래연구회’라는 연구단체를 만들었고 새천년민주당측과도 친분 쌓기에 열성이다. 초기엔 친목모임으로 출발했지만 차츰 회합을 정례화하는 등 공식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의 전후세대 정치인 중 한국과의 접촉이 가장 활발한 ‘삼총사’로는 자민당의 고노 다로(河野太郞·39) 중의원 의원, 야마모토 이치다(山本一太·44) 참의원 의원, 고바야시 유타카(小林溫·38) 참의원 의원이 꼽힌다.

고노 의원은 일본 정치인 중 유일하게 한국어판 홈페이지(www.kopan.net)를 개설하고 한국인 비서를 채용할 정도로 한국 내 인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자민당 총재의 아들로 부친과 함께 중의원 의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한일자유무역협정 체결에 관심이 많다.

야마모토 의원은 ‘일의대수(一衣帶水)’라는 한국어 노래를 발표하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까지 개최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 최근에는 ‘내가 수상이 된다면’이라는 저서가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고바야시 의원은 대학시절부터 한국여행을 즐겨 일본 정치인 중에서 한국을 가장 많이 방문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을 전공해 한반도 주변 정세에 밝다.

여성 의원 중에는 노다 세이코(野田聖子·42) 중의원 의원이 한국과의 문화교류를 주도하고 있다.

야당의 유력정치인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49) 간사장도 지한파로 분류된다. 그는 평소 “지금까지 두 나라의 정치인 교류는 선배들 몫이었지만 이제는 젊은 의원들이 중심이 돼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해 왔다.

민주당의 나카가와 마사하루(中川正春·52) 중의원 의원은 탈북자들의 강제송환에 반대해 중국과 몽골을 방문하는 등 북한 주민의 인권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자민당의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42), 다니모토 다쓰야(谷本龍哉·36) 중의원 의원과 아리무라 하루코(有村治子·32) 참의원 의원 등이 한국과의 교류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거물급 정치인 중에는 ‘지한파’로 분류되는 이가 적지 않았다.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 전 자민당 총재 등이 한일협력위원회와 한일의원연맹 등의 대표를 맡거나 개인적 호감을 표시하면서 한국의 동년배 정치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들 전전(戰前)세대의 활동은 정책을 통한 교류보다는 친목도모의 성격이 강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학계▼

학계에서도 참신한 이론과 시각으로 무장한 전후세대 학자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40대 초중반인 이들은 한국유학 경험이 있어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하고 한국의 정치 및 사회 상황에 밝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즈오카현립대의 히라이와 순지(平岩俊司·42) 교수는 앞 세대의 한국연구 권위자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교수와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시즈오카현립대 교수의 학문적 성과를 이어받는 위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코노기 교수의 제자인 그는 북한의 정치 외교와 북-중 관계가 전공.

같은 대학의 고하리 스스무(小針進·40) 교수는 서강대와 서울대에서 현대한국사를 공부했으며 남북한의 사회적 문화적 차이점에 대해 연구해 왔다.

도쿄대의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42) 교수는 고려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아 한국 연구에서 정통파로 꼽힌다.

구라타 히데야(倉田秀也·41) 교린대 교수는 한반도의 안전보장 문제에 대해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전후세대 학자들은 경륜이나 지명도에서 선배 학자들을 능가할 정도는 아니지만 머지않아 한반도연구의 주류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야마모토 참의원 의원▼

“한국과의 교류에 적극 나서는 것은 한국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에 있어 한국은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야 할 전략적 파트너다. 일본 정치인으로서 한국에 대한 지식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야마모토 이치다 참의원 의원(사진)은 “한국은 방문할 때마다 역동적인 힘이 느껴진다”며 “두 나라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함께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한일간에는 정치인 교류가 활발했다. 젊은 의원들의 모임은 앞 세대와 어떻게 다른가.

“선배들의 교류는 친목 성격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대화도 주로 일본어로 이뤄졌다. 지금은 영어로 얘기하거나 통역을 쓴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아이디어를 갖고 양국 관계의 미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한다.”

―현안에 대해 토론하면서 어떤 점을 느끼나.

“개인적으로 얘기할 때는 역사문제가 부각되지 않지만 공식석상에서는 이 문제에 걸려 대화가 진전되지 않는다. 역사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지는 젊은 세대에 던져진 숙제다.”

―친한파와 지한파 중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나.

“아직 한국에 대해 모르는 게 많으니 ‘지한파’라는 호칭은 좀 이른 것 아닌가.(웃음) 좀 더 많이 배워 양쪽 모두에 해당됐으면 한다.”

그는 일본 국민에게 ‘미래 한국의 대통령감’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의 젊은 정치인들의 면면과 포부를 담은 책을 쓸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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