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는 어디고
교동이다
가자 앞서라
나는 동생이 내미는 우산을 펼쳤다 마루에서 두 딸이 나왔다 못 본 동안 부쩍 컸다 미옥이는 열두 살 신자는 다섯 살 후드득후드득 고인 물에 빗방울이 떨어져 무수한 파문을 만들고 비학산에서 불어오는 북풍이 나무들과 집집에 부딪혀 소리를 냈다 휭-휭 휭-휭 나는 작은딸을 안아 올려 우산을 씌워주고 동생의 등을 따라 걸음을 내디뎠다 휭-휭 휭-휭 작은딸을 업은 채로 질퍽질퍽한 산길을 올라갔다 고무신 안으로 물이 들어와 걸음걸음마다 처벅처벅하고 소리가 났다 어머니의 무덤은 교동 제삿마루 비탈 키 큰 상수리나무 아래에 있었다 아직 흙냄새가 풍기는 새 무덤이었다 나는 딸을 내려놓고 그 무덤과 대면했다 비로소 어머니의 죽음을 현실로 인식한다 북받치는 설움에 두 손 모아 빌 수도 없었다 할머니와 엄마를 한꺼번에 잃고서 손을 꼭 마주잡고 있는 두 딸의 앞머리가 비에 젖어 있었다 우린 어떻게 되는 건데? 큰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하고 같이 살 수 있나? 라며 훌쩍거리는 작은딸의 콧물을 손으로 닦아주고, 그래, 라고 대답하려는데 목이 막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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