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세계]롯데호텔 조리사 김종희씨

  • 입력 2003년 5월 18일 17시 24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와인레스토랑인 바인의 ‘막내 조리사’ 김종희씨가 스테이크를 굽고 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와인레스토랑인 바인의 ‘막내 조리사’ 김종희씨가 스테이크를 굽고 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지금은 막내지만 언젠가는 이 호텔 최고의 조리사가 될 겁니다.”

김종희(金種熙·28)씨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층에 있는 이탈리아식 와인 레스토랑 ‘바인’ 조리부의 막내 조리사다. 지난해 9월 입사한 새내기로 조리장을 포함한 14명의 조리사 가운데 서열 14위.

1993년 모 전문대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했던 김씨는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 뒤 ‘요리를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조리과학과에 98학번으로 다시 입학했다.

“나이든 학생이지만 교수님들의 귀여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마음 먹고 공부하는 모습이 조리사 출신 교수님들 보시기에 좋았나 봐요. 교양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학점은 전부 전공만 들었고 대학시절에 양식과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뒀죠.”

남다르게 공부한 효과는 분명히 나타났다. 1999년에는 전국 대학생 조리경진대회에 참가해 작품상을 받았고 2000년에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요리사가 모두 참가한 서울국제요리축제 다이어트음식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지난해 2월 쟁쟁한 실력을 갖추고 졸업했지만 취직은 쉽지 않았다. 특급호텔의 조리사는 한 명이 빠져야 한 명을 뽑는 식이어서 서울의 특급호텔 조리부 전체를 합해도 한해 신규채용 인원이 30명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집념을 갖고 도전한 끝에 롯데호텔 공채에서 다수의 ‘해외 유학파’들과 경쟁한 끝에 8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 “특급호텔의 손님은 외국인이 많고 조리부 안에도 외국인 조리장이 많아서 어학실력은 필수입니다. 대학 시절 틈날 때마다 배낭여행을 다니며 ‘실전 영어’를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씨의 봉급수준은 아직까지 일반 직원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조리사는 3년차를 넘기고 관록이 붙으면서 봉급이 크게 높아진다고.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이지만 자기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를 해야 한다. 다른 직업과 달리 신경 쓸 부분이 있다면 위생을 위해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 이 때문에 매주 한번은 손발톱을 손질하고 머리도 가능한 한 짧게 깎고 다닌다.

“아주 많이 배운 뒤에 기회가 닿으면 공부를 더해 강단에도 서고 싶어요. 하지만 요즘 많이들 가는 프랑스 유학은 생각이 없습니다. 이 호텔 안에도 따라 잡아야할 ‘고수’들이 넘쳐나거든요.”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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