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철을 눌렀다가 놓으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것처럼 그동안 증시를 짓눌렀던 악재(이라크전쟁, 사스, 북한 핵과 신용카드 문제 등)로 떨어졌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용수철 장세라고 부른다. 510선까지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가 630선까지 회복한 것은 바로 용수철 장세 덕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용수철의 복원력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그칠 뿐 그 이상으로 튀어오르지 못하는 것처럼 주가도 650∼700에서 상승을 멈출 것이라는 게 용수철 장세의 한계다. 중국 역사책인 ‘사기(史記)’에 나오는 ‘수서양단’이란 말이 이런 한계를 잘 보여준다. 이 말은 쥐가 쥐구멍에서 머리를 내밀고 나갈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상황과 태도가 모호한 것을 뜻한다.
지난주 증시는 ‘혹시나’했던 기대감과 ‘역시나’하는 좌절 및 한계를 함께 나타내 주식을 살까 말까 망설이는 ‘수서양단’에 빠진 투자자의 고민을 보여줬다. 종합주가지수는 12일에 631.04까지 올랐다가 16일 610.81로 떨어졌다.
증시는 상승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0.25%포인트 내렸고,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도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기와 기업이익도 올해 1·4분기나 2·4분기가 바닥일 것이라는 논의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가 상승의 결정적 힘인 돈과 심리가 아직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400조원에 이르는 단기부동자금 가운데 일부만이라도 주식시장으로 흘러들 계기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다. 15일에 끝난 ‘웹젠’의 코스닥등록을 위한 공모주청약에 3조3050억원이나 몰리고, 4억∼5억원이나 하는 서울 강남구 도곡1차아파트 청약에 10만명가량 몰려들었다. 정도로 높은 수익에 목말라하는 자금은 넘쳐흐른다.
부동산값은 지난 2년 동안 줄기차게 올랐지만 주가는 1년 이상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 정책은 부동산을 억제하고 증시를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금 당장 부동산이나 채권의 수익률이 높고 주가수익률은 낮지만 6개월이나 1년 앞을 내다본다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홍찬선 기자 hc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