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부문 파업' 국민 협박이다

  • 입력 2003년 5월 22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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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28일부터 연가투쟁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22일 쟁의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전교조와 전공노 등 5개 노조가 포함된 공공부문 노조연대회의(공공연대)는 이와 별도로 정부를 상대로 노사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을 혼란에 빠뜨린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파업이 끝나자마자 공무원들이 앞장서 사회혼란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집단이기주의가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공무원들의 노동권은 일반 국민과 같을 수 없다. 형식상 정부가 나서지만 진짜 협상 상대는 국민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노동3권 가운데 일부만 인정하고 있다. 전공노가 노동3권 완전보장을 요구하며 쟁의 찬반투표를 벌이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다.

이달 12일 발족한 공공연대는 국무총리를 단장으로 하고 행정자치부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기획예산처 등이 참여하는 ‘정부교섭단’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정부 전체를 상대로 노사교섭을 하겠다는 것이다. 요구사항은 사회복지예산, 교육예산 대폭 증액 등 나라살림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공무원들의 기강이 이렇게 흔들려서야 버스업계 등 첩첩이 쌓인 민간부문과의 교섭에서 정부가 노조를 설득할 명분이 없다.

공공부문은 약화된 경쟁력과 비효율로 인해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성원들이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자성을 해야 하는 조직이다. 법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일반 국민과 똑같은 노동3권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공공부문 집단행동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도 급격한 권리보장을 요구하며 불법쟁의에 들어간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친노조 일변도라는 비난을 받아온 참여정부는 공공부문 쟁의를 계기로 노동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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