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뉴욕타임스]비타민…많이 먹어서 탈

비타민의 과잉섭취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비타민제를 먹기 전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하는 게 좋다.사진제공 뉴욕 타임스

많은 전문가들이 비타민의 과잉 섭취를 우려하고 있다. 70%의 미국인이 비타민제를 먹고 있으며 그게 건강을 지켜 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타민제가 질병을 예방한다는 사실은 증명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과도한 비타민과 미네랄의 섭취는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제 비타민 결핍이 아닌 과잉 섭취의 위험을 더 걱정하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식품영양위원회의 벤자민 카발레로 박사는 “비타민A의 경우 권장량과 뼈엉성증(골다공증)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양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복합비타민제는 비타민A 함량이 너무 많아 무심코 먹다가 위험한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복합비타민제 복용 과정에서 최악의 경우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해 ‘돈을 날리는 정도’라고 했던 의사들이 이제 의문을 품고 있다. 미국 맨해튼에 있는 소비자 재단 ‘과학건강미국평의회’의 영양책임자인 루스 카바 박사는 “과학자들은 요즘 우리에게 ‘이 약이 필요한 지 우리는 정말 알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타민A의 경우 위험 수준을 넘어서기 쉽다고 국립관절염연구소 조안 맥고완 소장은 지적했다. 맥고완 소장은 “우린 필요 이상으로 비타민A를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비타민A가 뼈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타민 과잉 섭취로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건강한 보통 사람이라고 말한다. 특정한 목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는 것. 가령 중년 세대의 경우 비타민B12가 모자랄 수 있으며 야외 활동이 부족해 비타민D가 모자랄 수도 있다. 임신부가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비타민인 엽산을 충분히 복용하지 않으면 태아의 신경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결핍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양전문가들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에서 충분한 영양을 얻는데 복합비타민제를 따로 먹어 비타민 결핍을 보충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식품영양위원회 로버트 M 러셀 박사는 “가장 많이 보충제로 섭취하는 비타민C와 E는 한때 암과 심장병 같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연구결과 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가장 불필요한 두개의 비타민이 가장 많이 섭취되고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복합비타민제를 먹는다. 하버드대 의대 로버트 H 플레처 교수는 엽산을 보충하기 위해 복합비타민제를 먹는다. 엽산을 많이 먹으면 심장병 유발물질로 알려진 ‘호모시스타인’의 수치를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유럽의 한 연구에서는 엽산 보충제가 심장병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킨다고 나타났다. 6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연구에서 절반에겐 엽산을, 나머지에겐 가짜 약을 줬다. 6개월 후 엽산을 먹은 사람들의 대동맥이 가짜를 먹은 사람보다 훨씬 좁아져 있었다. 당초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심장병학자인 에릭 토팔 박사는 “대부분에게 큰 도움이 되지도, 해롭지도 않다는 게 진실이다”고 말했다.

체중감시국제기구 수석 과학자인 밀러 코바크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선택했다.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이 적은 어린이용 복합비타민을 먹는 것이다.

일부는 아예 약 먹는 것을 반대한다. ‘과학건강 미국평의회’의 카바 박사는 보충제를 먹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비타민제를 먹지 않는다고 하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아마 내가 영양학자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발레로 박사 역시 비타민제가 예방할 수 있는 병이 없다는 이유로 먹지 않는다. 그는 “비타민이 병을 예방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된 여러 연구에서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비타민을 먹은 사람들이 더 많은 질병에 걸린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복합비타민제가 영양 결핍을 보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며 “만약 당신이 매일 ‘정크푸드’를 먹는다면 비타민 정도는 더 이상 문제가 안 된다. 이미 건강한 식단에서 멀리 떠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암세포 등만 골라 죽이는 ‘마법의 탄환’을 찾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http://www.nytimes.com/2003/04/29/health/nutrition/29VITA.html?ex=1053662400&en=dfcf3d2026d8c74c&ei=5070)

정리=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