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숙제도 가르쳐주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믿음직한 형이 있어 든든해요.”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상지초등학교 학생 1589명은 모두 형제자매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이문기 교장(56)이 전교생을 의형제나 의자매로 맺어주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의 자녀가 60여명이나 되는 등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한 학생들이 많다. 또 전체 학부모의 30% 정도가 맞벌이를 하고 있어 형제가 없는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뒤 집에 돌아가도 함께 시간을 보낼 상대가 없다.
이 교장은 4월 12일 결연 행사를 갖고 1학년생은 4학년, 2학년생은 5학년, 3학년생은 6학년인 형이나 언니들이 돌보게 했다.
4∼6학년생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도서관에서 동생들에게 읽을만한 책을 찾아준다. 방과 후에는 동생의 교실에서 숙제나 청소를 돕고 있다.
학교는 의형제끼리 일주일에 한번씩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고민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교정에 심은 600여 그루의 나무를 ‘형제나무’로 지정하고 의형제를 맺은 형과 동생의 이름표를 달아 함께 가꾸도록 하고 있다.
어린이회장인 6학년 서원재군(12)은 “친동생이 없는 친구들이 특히 좋아한다”며 “전교생이 의형제를 맺은 뒤 다투는 일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봄 운동회가 개최된 1일 이 학교 운동장에서는 형과 언니들이 장난감과 책, 옷 등을 동생들에게 물려주는 ‘의형제 알뜰 물림방’이 열렸다. 학교 측은 매년 상 하반기에 이 행사를 열기로 했다.
교사들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그동안 학생들이 주고받은 편지와 일기 등을 묶어 문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또 가정에 공부방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9월부터 ‘의형제 학습방’을 운영하기로 했다. 돈독한 우애를 나눈 학생에게는 ‘으뜸 의형제상’을 줄 방침이다.
이 교장은 “의형제의 근황과 자랑거리 등을 소개하는 ‘형제일보’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내년에는 의남매도 맺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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