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씨는 승강장보다 한 뼘 정도 높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주변 시민에게 또 부탁해야 했다. 지하철에 탔을 때 안씨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역에 도착한 지 30분이 지난 후였다.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이동권연대)’는 최근 서울시청 장애인복지과를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장애인들은 “버스나 택시는 탈 생각조차 못하고 지하철은 목숨을 걸고 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하철 타기 무섭다”=현재 서울지하철 1∼4호선 115개 역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은 14곳, 리프트는 43곳에 있다. 5∼8호선의 경우는 148개 역 가운데 엘리베이터는 69곳에, 리프트는 83곳에 설치돼 있다.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나 리프트가 아직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고장이 잦은 장애인용 리프트를 타다 2001년 이후 매년 1명이 숨지고 2, 3명이 중상을 입고 있다.
장애인이 승강장에 어렵게 도착해도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가 넓거나 지하철 바닥 높이가 승강장보다 높아 승차가 쉽지 않다.
이동권연대 박현 사무국장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휠체어 바퀴가 빠졌는데 지하철이 그냥 출발하려 한 아찔한 경험도 있다”며 “일본의 경우 장애인이 지하철을 탈 때 역무원이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에 경사판을 깔아준다”고 말했다.
▽콜택시 운전사는 자원봉사자=장애인들은 시가 만든 ‘장애인 콜택시’가 좋다고 하면서도 운전사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과 위수탁 계약을 맺어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장애인을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는 것.
4월 13일 중증장애인을 업다가 척추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한 콜택시 운전사 신동권씨는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아 산업재해 인정은커녕 병원비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운전사들이 중증장애인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장애인들은 주장한다.
▽대립 계속되나=이동권연대는 지난주 점거 농성을 마치며 지난해 5월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리프트 추락으로 사망한 장애인 윤재봉씨 사고에 대한 책임 인정과 장애인콜택시 운전사를 노동자로 인정할 것 등 4개항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는 24일 “책임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 따를 것이며 콜택시 운전사는 노동자로 볼 수 없다”고 서면 답변했다. 이동권연대는 “시의 답변이 미흡해 지하철역의 선로를 점거하는 등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 요구사항과 서울시 답변 | |
이동권연대 요구사항 | 서울시 답변 |
작년 5호선 발산역 리프트 추락으로 숨진 윤재봉씨 사고에 대해 시가 책임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 | 이미 유감의 뜻을 표했고 시의 책임에 대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를 것 |
리프트 고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장애인 안내전담역무원 배치 | 역무인원 부족으로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 |
장애인콜택시 운전사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운행 대수와 시간 확대 | 국세청과 변호사 자문 결과 노동자로 인정하기 어려움. 업무상 사고에 대해 보상방안 검토 계획 |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넓은 간격에 대한 안전대책 수립 | 간격을 너무 좁히면 차량이 손상되는 등 안전운행에 방해가 됨. 경보등을 설치하고 공익근무요원을 배치할 방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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