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명부 보안 비상▼
한나라당이 이번 경선 준비과정에서 확보한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선전하는 게 217만여명에 이르는 당원 명부의 전산자료다. 선거인단 23만명의 명부만 해도 500쪽짜리 48권이나 된다.
당 선관위는 ‘진성당원’ 명부가 외부로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철통같은 보안책을 마련했다. 11일 후보등록 때도 각 캠프에 CD가 아닌 48권짜리 종이명부 한 세트씩을 나눠주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회수해 소각 처리할 계획이다.
캠프로 나갈 명부에는 각기 다른 그림이나 숫자가 음영방식으로 인쇄돼 외부로 나갈 경우 어느 곳에서 유출됐는지 알 수 있다. 또 명부에는 휴대전화 번호를 넣지 않고 주민등록번호도 맨 앞의 2자리만 표시했다.
인쇄본 48권으로 명부를 나눠준다는 사실을 접한 각 캠프는 당황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먼저 명부를 입수해 ‘사전 선거운동’을 해보려던 캠프측은 당장 엄청난 인력과 돈을 동원해 다시 데이터베이스(DB)화해야 하기 때문. 그나마 ‘실탄’이 부족한 캠프는 명부를 복사해 지역별로 내려보내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원 명부 작업을 주도한 홍동연 조직국장은 “불편해도 이해해 달라. 당의 가장 큰 자산이 다른 당으로 넘어갈 경우 어떻게 되겠느냐”며 이해를 구했다.
▼공명선거관리 골머리▼
워낙 선거인단 규모가 큰 경선인 만큼 그런 경선을 통해 선출된 대표의 ‘힘’도 예측키 어려워 선관위도 ‘경선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비상이다.
선관위는 28일 매머드급 공명선거감시단을 출범시킨다. 전국 각 지구당에서 추천한 227명, 16개 시·도지부에서 뽑은 16명, 당권주자별로 1명씩을 선발해 250여명으로 구성하는 초대형 감시단으로 불법선거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불법선거운동으로 적발됐을 때는 주의 내지 시정 명령→경고→당기위원회 회부 등의 절차를 통해 제재한다는 방침. 3번의 경고를 받으면 후보 자격이 자동 박탈된다.
하지만 캠프와 선관위 모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캠프별로 전국 280개 정도의 투표소에 최소한 한 명씩만 감시요원을 파견한다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부 주자는 친인척까지 동원하겠다는 생각이다.
선관위측은 엄격한 규정의 적용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의 단합과 새출발을 위한 대표경선을 치르면서 너무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할 경우 당내 분열과 갈등을 부추길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제재 규정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털어놨다.
선거가 박빙 대결로 치러질 경우 투표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시비를 거는 후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투표 당일 선거인단에 대한 지구당위원장의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 △지구당위원장의 담당 지역구 교체 감시 △국회의원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소집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투표율이 성공 관건▼
대선 패배 후 당의 환골탈태를 보여주겠다는 경선 취지와 달리 이번 전당대회가 자칫 ‘김빠진 대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선 투표율이 관건이다. 선관위 이병용 간사는 “70%(15만명)의 투표율을 기대한다. 여기에 지역별 운영위원 선출 경선이 뜨거워지면 5%포인트 정도는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한 캠프의 관계자는 “투표율이 50%를 넘기 힘들 것이다. 이 경우 결국 지구당위원장 대결로 압축돼 국민 참여 경선이라는 취지가 퇴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농촌지역의 경우 투표가 실시되는 다음달 26일이 농번기이고 장마철인데다 투표 장소가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투표를 아예 포기하는 사람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당원 명부가 공개된 뒤 첫 여론조사에서 1위로 나온 후보에게 세몰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선거운동 초반에 대세가 굳어져 당초 기대했던 경선의 이벤트화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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