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투자보장협정은 98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미국측에 제안했지만,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제도)가 걸림돌이 돼 결국 임기 내에 타결을 보지 못하고 현 정부로 넘겨진 사안.
지금도 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를 연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해 달라는 미국측의 요구에 우리 영화계가 격렬히 반대하는 바람에 아무런 진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방문 때 양국간 중요 현안인 이 문제에 대해 깊은 논의를 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이 같은 복잡한 사정 때문.
그러나 정책실이 더 난감해하고 있는 이유는 98∼99년 스크린쿼터 사수운동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바로 영화감독 출신인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장관과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이사장을 지낸 영화배우 문성근(文盛瑾)씨 등 이른바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당시 노 대통령도 이들의 스크린쿼터 사수운동을 적극 지지했고, 이때의 인연으로 이들은 적극적인 노 대통령 지지세력으로 활동해 왔다.
정책실 관계자는 “한미간 투자보장협정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이창동 장관이나 문성근씨와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책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만 이 문제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현 정부의 우군(友軍)인 전교조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에 반대하고 나선 것과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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