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분진(粉塵)…. 시멘트공장 하면 떠오르는 인상이다. 하지만 2003년의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을 찾아보면 이런 고정관념은 말끔히 교정된다.
시멘트회사들은 공해를 배출하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각종 산업폐기물을 시멘트를 만드는 데 활용해 공해를 없애는 일도 맡고 있다.
▽“산업폐기물, 저희에게 주세요”=공장의 구석구석에는 폐타이어가 2, 3m 높이로 쌓여 있다. 폐타이어는 석회석을 굽는 데 사용되는 연료. 폐타이어를 태우면 시커먼 연기가 나올 것 같지만 섭씨 1500도의 고온에서는 완전연소돼 공해물질이 나오지 않는다는 설명. 현재 단양공장에서 사용되는 연료 가운데 폐타이어의 비중은 약 10%. 외국에서 수입하는 유연탄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정수장에서 나오는 찌꺼기,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오는 소각재 등은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된다. 시멘트에 필요한 ‘알루미나(Al2O3)’ 성분을 보충해주는 것.
단양공장 환경팀 이성훈 대리는 “연간 약 550만t의 시멘트를 만들려면 80만t의 산업폐기물과 부산물이 원재료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기물을 사용함으로써 환경친화적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박 부공장장은 “환경을 생각해 폐기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원가절감을 통해 회사의 수익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확산의 걸림돌=폐기물을 사용할 때의 어려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거부감이 가장 큰 문제. “시멘트공장으로도 부족해 각종 산업 쓰레기를 끌어오느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 이 대리는 “정부는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연간 380만t의 찌꺼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우리가 더 사용하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한 시멘트회사는 최근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수료를 받고 시멘트 원료로 사용하려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포기했다. 한일시멘트도 단양지역의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찌꺼기만 원료로 사용한다.
원인상 이사는 친환경 공정에 대한 인센티브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나 기업이 처음엔 폐기물을 처리해달라고 사정사정합니다. 연구 끝에 겨우 중간재로 개발하면 그때부터는 ‘원자재비’라며 돈을 요구하지요. 폐기물을 중간재로 사용하면 규제도 많고 생산 공정도 번거롭습니다. 폐기물 사용에 인센티브가 없다면 누가 이 일에 앞장서겠습니까?”
단양=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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