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 짜증이 날 만한 데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15일 ‘서머타임 콘서트’를 앞두고 막바지 연습 중이어서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연습이 곧 공연이고 공연이 곧 연습’이라고 말하는 단원들은 여유가 넘쳤다.
이들은 ‘밝은 음악’을 보급하겠다며 1996년 뭉쳤다. 공연단 이름도 ‘밝은 음악 보급운동본부’. 왠지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7년이란 시간은 밝은 음악의 힘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10명에 불과했던 공연단 식구가 어느새 80명으로 불어났고 군부대와 보육원 교도소 등 위문공연을 가는 곳마다 희망의 싹이 움텄다.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을 묻자 이구동성으로 지난해 6월 서해교전이 있은 뒤 경기 평택의 해군 제2 함대사령부를 찾아 펼친 공연을 꼽았다.
공연단의 최고참인 한수산나씨(46·여)의 말.
“분위기가 매우 침체돼 있었어요. 초등학생들의 율동과 함께 ‘아! 대한민국’, ‘여행을 떠나요’ 등을 공연했더니 얼굴에 미소가 조금씩 번졌어요. 공연이 끝날 무렵 모두 기쁨에 넘치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운동본부를 이끌고 있는 정현직(鄭賢稙·44) 목사는 “초등학생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운동본부에 참여하고 있다”며 “음악학원을 운영해 생계를 유지하는 등 빠듯한 삶을 살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30∼40명이 연습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밝은 음악은 단순했다. 단조 음악은 일단 제외된다. 경쾌한 음악만이 무대에 오른다. 그러나 장르의 제한은 없다. 헨델의 작품인 메시아 44번 ‘할렐루야’부터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까지. 클래식에서 댄스가요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밝은 음악’은 즐거움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악기를 구입할 때면 상당수 단원이 김밥공장 등에서 야간에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모두 악보와 함께 생활정보지를 들고 다니죠.”
정 목사의 말에 단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1997년 제대 후 공연단에 합류해 지휘를 맡고 있는 이효복씨(30)는 “밝은 음악은 결국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며 “우리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또 함께하는 많은 단원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광주=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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