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심대평/지자체, 세계화 주역으로 나서야

  • 입력 2003년 6월 2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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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말 ‘세계화(Globalization)’란 신조어가 나온 지 25년 만에 세계는 세계화와 더불어 ‘지방화(Localization)’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른바 ‘글로컬(Glocal)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며칠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 일원과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이제 세계화를 움직이는 주체는 국가라는 거대 조직보다 지방정부와 단체, 기업 등 다원적이고 다양한 집단이라는 점이었다.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이 보편화되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먼저, 국내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중증 장애아동에 대한 무료시술 사업에 관한 이야기다. 1997년 충남도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슈라이너 병원간에 무료시술 협정이 맺어져 현재까지 21명이 치료를 마치고 귀국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환자 개인별로 최고 20억원의 치료비와 2년 정도 걸리는 수술 치료를 전액 무료로 하고 있고, 걷지도 못하거나 불의의 화상으로 외출조차 꺼리는 어린이들에게 새 삶을 살게 해주고 있다. 이 사업은 필자가 97년 민선도지사로 미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했을 때 마침 우리 지역 출신 간호부장의 소개로 병원장을 직접 만나 지원협약을 이끌어낸 데서 비롯되었다.

다음은 UC버클리대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갖게 된 느낌이다. 이번 방문기간 중 버클리대의 한국학 과정 학생들에게 강의도 하고 그들과 토론할 기회를 가졌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 대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수준이 20여년 전의 광주사태에 머물러 있었고, 북한의 핵 문제에 있어서도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한국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줄 아는 명문대 학생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국가간 불신의 벽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이런 문제를 중앙정부만 담당해서 극복할 수 있겠는가.

또 하나는 교민사회를 중심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관한 문제다. 실리콘밸리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이종문 AmBex벤처그룹 회장과의 대화를 통해 정보기술(IT)산업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미래에 관한 객관적이고도 국제적인 시각에서의 비전을 나눌 수 있었고 우리 지역 발전을 위한 인적 물적 투자지원에 관한 협의도 가졌다. ‘오리엔탈’이라는 비하 표현 대신 ‘아시안’이란 당당한 호칭을 사용토록 법제화한 한국인 최초의 워싱턴주 상원의원인 신호범씨가 우리 지역을 방문해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제는 지방정부와 기업, 민간차원의 다양하고 다원적인 우의 증진이 필요하다. 이미 미국은 거대 연방정부 차원의 틀을 벗고 지방정부와 도시민들이 주역이 되어 세계와 협력하는 외교를 오래 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즉, 스콧 매켄지의 팝송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듯이 대중음악의 노래가사에서까지 세계를 향해 자신의 도시를 마케팅하고 세계인과 함께 호흡하려는 ‘글로컬 디플로머시(Diplomacy)’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세계화 시대의 외교 주역은 중앙정부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테면 충남도도 외교의 주역이며, 샌프란시스코 한인사회도 대미 외교의 주역인 것이다. 이렇듯 모두가 주역이라는 인식과 노력이 진정 세계인과의 우의에 바탕 한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심대평 충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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