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증상따라 藥상태 달라

  • 입력 2003년 7월 6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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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진료실 밖이 시끄러워 나가 보니 약을 달여간 환자와 간호사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이유인즉 자신이 지어간 약이 걸쭉하지 않고 멀겋다며 약을 제대로 달이지 않은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럴 땐 다시 한번 장황한 설명을 해야 하는 게 답답하고, 또 그런 사람일수록 근거 없는 고정관념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한약은 무조건 오래 달여야 하고 걸쭉해야 좋은 걸까.

한약은 기미론(氣味論)을 바탕으로 약을 처방한다.

단순히 ‘어디가 아프면 무슨 약을 쓴다’가 아니라, 각각의 증상에 따른 약재의 기운과 성질을 고려하여 구성된다.

가령 감기, 중풍, 순환장애 등과 같은 경우는 기운이 잘 돌지 않고 질병이 표부(表部)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구성되는 약 자체가 대부분 가볍고 기(氣)를 살짝 돌려주는 약재로 이뤄진다.

당연히 약을 오래 달이지 않을 뿐더러 색이 맑고 진하지도 않다.

또 여성들이 빈혈이 있거나 하혈을 심하게 해서 체내 음액(陰液)과 혈액을 보충할 경우에 쓰는 보음(補陰)·보혈(補血)제는 무겁고 아래쪽으로 향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약이 걸쭉하거나 색이 진하다.

이렇게 한약을 처방할 때에는 체내 기운의 흐름을 조절하는 보기약(補氣藥)·이기약(理氣藥)이 중심이 되는지, 아니면 체내 구성물질을 조절하는 보음약(補陰藥)·보혈약(補血藥)이 중심이 되는지에 따라 약이 맑을 수도 걸쭉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약이 묽다고 해서 약재 첨가를 부족하게 했다거나 덜 달였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방과 관련한 그릇된 고정관념 중 하나라 하겠다.

최은우 서울 홍제동 가정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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