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61…아메 아메 후레 후레(37)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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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내가 손을 들고 “자유가 뭐예요?”하고 물었더니 고바야시 선생님은 “마음 가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는데, 자유가 이렇게 외로운 것인지는 몰랐다. 혼자 지내는 밤보다 혼자 맞는 아침이 훨씬 훨씬 더 외롭다, 밤보다 아침이 자유로우니까.

문이 열리고 국방색 옷깃에 금단추가 세 개 달린 제복을 입은 여객전무가 급사 청년을 데리고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을 모시고 여행하게 된 여객전무 야마다입니다. 무슨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사양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여러분, 긴 여행에 피곤하실텐데, 잠시 승차권과 특급권과 검사를 하겠습니다.”

“잘 잤느냐.” 사냥모를 쓴 남자가 눈을 뜨고, 하품과 동시에 기지개를 켰다.

“네, 아저씨도 잘 잤어요?”

소녀 옆에 있는 하얀 치마저고리 차림의 여자가 눈을 떴다.

“앗, 미안. 소리 질러서.”

“…아니야, 무서운 꿈을 꾸고 있었는데…깨워줘서 고마워….” 그녀는 악몽이 고스란히 새겨진 표정이었다.

“저 인간이 큰소리로 노래 같은 걸 부르니까, 악몽을 꾸지.” 남자의 눈이 잠과 짜증으로 얼룩져 있었다.

“잘 주무셨어요?” 그녀는 엉킨 머리칼에 침을 묻혀 귀 뒤로 넘겼지만, 아직도 잠의 언저리에서 헤매는 것 같았다.

안동역에서 탄 남자는 잠들 때하고 똑같은 자세로 아직도 자고 있다. 입은 쩍 벌리고 있는데, 자면서 삼켰는지 아니면 뱉어냈는지 혓바닥에 붙어 있던 땅콩은 보이지 않았다.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모르면야 대답해 줄 수 없지만, 그래 어디 물어봐라.”

“선로변 나무를 왜 다 베어버렸을까요?”

“아아, 그건, 무장강도나 항일 게릴라의 습격이 무서워서, 잘 보이라고 그렇게 한 거다.”

“…그럼, 위험한 곳인가 보네요….”

“그야 그렇지, 반도하고는 다르지. 반도는 대일본제국의 일부가 된 지 벌써 30년 역사인데, 만주는 고작 12년밖에 안 됐으니까, 아직 이상하고 현실에 큰 격차가 있어서 말이야.”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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