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고 국방색 옷깃에 금단추가 세 개 달린 제복을 입은 여객전무가 급사 청년을 데리고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을 모시고 여행하게 된 여객전무 야마다입니다. 무슨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사양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여러분, 긴 여행에 피곤하실텐데, 잠시 승차권과 특급권과 검사를 하겠습니다.”
“잘 잤느냐.” 사냥모를 쓴 남자가 눈을 뜨고, 하품과 동시에 기지개를 켰다.
“네, 아저씨도 잘 잤어요?”
소녀 옆에 있는 하얀 치마저고리 차림의 여자가 눈을 떴다.
“앗, 미안. 소리 질러서.”
“…아니야, 무서운 꿈을 꾸고 있었는데…깨워줘서 고마워….” 그녀는 악몽이 고스란히 새겨진 표정이었다.
“저 인간이 큰소리로 노래 같은 걸 부르니까, 악몽을 꾸지.” 남자의 눈이 잠과 짜증으로 얼룩져 있었다.
“잘 주무셨어요?” 그녀는 엉킨 머리칼에 침을 묻혀 귀 뒤로 넘겼지만, 아직도 잠의 언저리에서 헤매는 것 같았다.
안동역에서 탄 남자는 잠들 때하고 똑같은 자세로 아직도 자고 있다. 입은 쩍 벌리고 있는데, 자면서 삼켰는지 아니면 뱉어냈는지 혓바닥에 붙어 있던 땅콩은 보이지 않았다.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모르면야 대답해 줄 수 없지만, 그래 어디 물어봐라.”
“선로변 나무를 왜 다 베어버렸을까요?”
“아아, 그건, 무장강도나 항일 게릴라의 습격이 무서워서, 잘 보이라고 그렇게 한 거다.”
“…그럼, 위험한 곳인가 보네요….”
“그야 그렇지, 반도하고는 다르지. 반도는 대일본제국의 일부가 된 지 벌써 30년 역사인데, 만주는 고작 12년밖에 안 됐으니까, 아직 이상하고 현실에 큰 격차가 있어서 말이야.”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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