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의 ‘영 리더스 캠프(Young Leader's Camp)’가 열리고 있는 경기 용인시 대웅경영개발원.
홍익대 박광량(朴珖良·경영학) 교수의 강의에 참가한 대학생 110명의 얼굴이 한때 굳어졌다. ‘분배 실패와 시장 실패를 막는 정부의 노력을 저렇게 말해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머리에 떠오른 순간 박 교수의 말이 이어졌다.
“경제적 강자는 강자, 약자는 약자다. 약자는 강자가 도와줘야 하지만 강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해야 한다.”
아주대 경제학과 3년생 김영균씨는 “새로운 시각을 알게 됐다”면서도 “경제적 보수주의자들의 강의에 세뇌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YLC를 구상한 것은 2001년 말. 어느 설문조사에서 대학생 60%만이 기업의 자유 경영과 정부규제 철폐를 지지한다고 답하자 전경련은 고민에 빠졌다. 전경련은 “기업과 시장을 이해할 수 있는 젊은 인재를 우리가 직접 육성하자”며 지난해 7월 1기 YLC를 시작했다. 올해 1월 2기에 이어 이번 3기까지 참가한 학생 수는 300명을 넘었다.
대기업 이익단체인 전경련의 강의는 매번 동료들간의 치열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11일 강단에 선 전경련 이승철(李承哲) 상무에게는 학생들의 공격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경제성장이 분배를 악화시키지 않습니까?”(서강대 전자공학과 3년생 배병주씨)
“돈이 있어야 분배도 이뤄집니다. 경제선진국 중 분배가 나쁜 나라는 미국뿐입니다. 대개 못사는 나라의 분배가 더 안 좋습니다.”(이 상무)
“재벌의 편법상속 행태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봅니다.”(연세대 경영학과 4년생 김동욱씨)
“재벌들도 합법적인 상속을 원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입니다. 제대로 상속했어도 정부가 어느 날 ‘불법’이라고 하면 불법이 됩니다.”(이 상무)
배씨는 강의가 끝난 뒤 다른 학생들에게 이 상무의 답변을 ‘억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다른 강사의 예를 들며 ‘쓰레기 강의’였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중앙대 경영학과 3년생 양동철씨는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선택해서 들으면 된다”며 “보수주의자들의 논리를 이렇게 체계적으로 듣는 기회도 흔치 않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자신의 경제적 철학이 보수, 진보 중 어느 쪽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학생의 80% 이상이 보수에 손을 들었다. 더욱이 ‘이번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철학이 바뀌었느냐’는 질문에는 절반이 ‘그렇다’고 답했다.
12일 오전 일주일간의 강의를 총정리하는 10개조의 프레젠테이션(PT) 시간. 육사 3년생 최은석 생도는 “PT를 준비하며 다른 학교 학생들의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고방식에 놀랐다”며 “육사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이라고 털어놨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4년생 양주경씨는 “미국 대학생들도 이렇게 철저한 시장중심 교육을 받지 않는다”며 “초청 강사들의 강의가 다소 기업 중심적이긴 했지만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는 멋진 강의였다”고 평했다.
전경련 김성훈(金聖勳) 교육본부장은 “숙식, 강의, 미국 연수 지원 등 한 기에 수천만원이 든다”며 “하지만 이들이 사회에 나가 건전한 시장경제 원칙을 전파한다면 아까운 돈이 아니다”고 밝혔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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