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립니까. 하천 폭이 제일 넓은 3공구가 진짜 청계천이죠.”
요즘 서울에서 ‘가장 바쁜’ 세 사람이 만났다. 1일 시작된 청계천 복원공사 3개 공구의 현장 소장인 대림산업 정흥모(鄭興模), LG건설 강정율(康政律), 현대건설 손문영(孫文榮) 소장이 그들이다.
모두 건설업계에 20∼30년씩 종사한 베테랑이지만 이번 공사에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한꺼번에 참여해 각 사의 명예와 자존심이 걸려 있는 한판 승부가 될 전망이기 때문.
우선 도회적 이미지로 꾸며지는 1공구(동아일보사 앞∼광장시장)는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는 방식’의 보수적이고 꼼꼼한 시공을 추구한다는 대림의 몫이다.
공사 자체는 물론이고 공사 중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세밀한 검토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최대 목표라고 정 소장은 설명했다.
“소음이나 먼지 문제가 가장 신경 쓰이죠. 현장을 자주 점검하고 문제가 생기면 즉시 시정하려고 노력합니다.”
쇼핑과 관광의 중심지가 될 2공구(광장시장∼난계로)는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와 유연성을 강조하는 LG의 기업이미지와 닮았다.
동대문 패션타운이 있는 이곳에는 평화시장 앞쪽에 패션광장이 조성될 예정.
“최첨단 패션의 명소이면서도 주변의 징검다리 버들습지 등 자연과도 조화를 이루도록 할 계획입니다. 도심 안의 하천이라는 특징을 살려야죠.”
자연성이 가장 강조되는 마지막 3공구(난계로∼신답철교)를 총괄하는 현대 손 소장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정평이 나있는 ‘현대 스타일’ 그대로다.
특히 청계고가도로 보수공사를 해 온 현대건설에는 복원공사 참여 여부가 회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고 손 소장은 말했다.
“청계천에 대해서는 우리만큼 아는 회사가 없습니다. 이왕 시작했으니 시민들이 불편을 참아준다면 최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수행할 자신이 있습니다.”
세 명의 소장은 자주 만나 정보를 교환하지만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열하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혹시 공사 일정이 뒤처질까봐 “허허, 오늘 그쪽은 공사하나요?”하고 은근슬쩍 떠보기도 한다.
공사 중에 혹시 재미있는 일이 없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가 모두에게 핀잔을 들어야 했다.
“재미라니요? 항상 긴장하고 있는데 재미를 찾을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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