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에서 이공계 출신의 공직 임용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늦은 감이 있으나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개념의 설정 방법에 문제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이공계 임용 확대의 구상을 발표했고, 이어 청와대 관련 비서실에서 기술고시를 행정고시에 통합하겠다는 안과 함께 구체적 임용 확대 비율 등을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의 권력서열 상층부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이라는 사실이 인용되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중국은 오랜 역사에 걸쳐 군부에 의해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영향을 받아 왔다. 군부의 힘은 무기 체제를 포함한 전투력과 국방력에 있었다. 그러기에 당연히 과학기술 인력이 정부의 요직을 독차지할 수 있었고, 계속해서 우수 인력이 과학기술 방면으로 유입되어 지금의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는 세계 선진국들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일로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오히려 중국으로부터는 그렇게 권력 상층부를 이공계가 차지하고 있어도 국가 경쟁력 확보에 큰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 사실만 받아들였으면 한다. 중국과 같은 특수한 예가 보편적 사실인 것처럼 국민을 이해시키려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둘째, 이 제도의 시행 시기에 관한 문제다. 시행에 앞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 부처가 아닌 청와대나 대통령자문위원회에서 이런 구상을 입안해 각 부처의 의견 조율과 경과규정 마련 등의 절차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상 그 어느 때보다도 신속한 국가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제도를 부처간 조율이나 일부 고시 준비생에 대한 배려 탓으로 미루지 말고 즉각 시행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통령의 신속한 결단을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보완해야 할 점들이 여러 가지 있다. 이공계를 졸업한 공무원이 부처 내의 전문행정 부문에도 임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총무, 인사, 기획 등 과거 행정직의 전문분야로 알려져 왔던 부문에 치밀함과 조직력, 그리고 현실적 성공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며 일을 처리하는 경향을 보이는 이공계 출신이 임용될 수 있을 때 진정한 임용 확대가 실현되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 타파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행정고시 필수과목에 수학과 컴퓨터공학 등을 지정한다면, 경제입국을 지향하는 국제사회의 흐름 속에서 더한층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범희 서울대 교수·로봇공학·자동화시스템연구소장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