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의 주인공인 백화자씨(59)는 경기 연천군 연천읍 동막리의 작은 식당 주인이다.
1990년 산세가 좋은 이곳에 정착한 이후 주변 산에 오르며 몸에 좋다는 가시오가피 나무나 상황버섯 등을 종종 캤을 뿐인 그는 2000년 10월 처음 산삼을 캤다.
이전에 한 번도 산삼을 본 적이 없었던 그는 동행한 2명이 약초를 찾는다며 헤집어 놓은 곳에서 120년 된 것을 포함한 산삼 8뿌리를 캤다.
“일행과 함께 하산하려는데 뒤에서 ‘날 가져가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한눈에 산삼을 알아보게 되더라고.”
값을 매기기 어려울 정도의 귀한 산삼이었지만 식당 손님 중 암 환자 가족이 있는 한 사람에게 120년 된 산삼을 거저 주다시피 건네주었다.
당시 함께 캤던 80년 된 산삼 서너 뿌리도 건강이 좋지 않던 주변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2001년 4월에는 산에서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가 나 식사 중이던 손님들에게 가게를 맡겨둔 채 서둘러 산에 올랐고 금방 50여 뿌리를 캤다. 금방 소문이 났고 환자들이 몰려들어 산삼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넉넉한 분은 성의를 표시하기도 했지만 생명을 돈으로 거래할 수는 없었어요.”
지난해에는 꿈에 호랑이 3마리를 본 뒤 산에 올랐다가 150여 뿌리를 캐내 큰 화제를 불렀다.
한 장소에서 캐낸 28뿌리는 월드컵 국가대표팀에 16강 진출을 기원하며 전달했다.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산삼은 대부분 중병을 앓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졌다.
그는 “산삼은 공짜로 먹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인지 대부분은 몇 푼씩이라도 보내왔다”고 말했지만 이 돈의 대부분도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헌금으로 낸 탓에 백씨 가족은 지금도 10여평 남짓한 단층짜리 가건물에 살고 있다.
올해는 가시오가피를 캐러 산에 올랐는데 뱀을 만나 이를 피하려다 산삼 9뿌리를 캤다.
이제 근방은 물론 먼 곳에서도 백씨를 찾아와 “산에 갈 때 나도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백씨는 “내가 캔 산삼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라며 “운이 좋아 또 산삼을 캐면 지금처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쓸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연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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