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출신의 사업가.’
영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결합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스마엘은 한국에서는 꽤나 알려진 장사꾼이었습니다. 정낙초 서울자동차 경매장 사장은 ‘엄청나게 깐깐한 상인’이라며 혀를 내두르더군요.
그는 경매뿐만 아니라 때로는 경매장에 별도로 부탁해 물건을 구입하기도 하는데 흥정 솜씨가 ‘유태인 상인 뺨 칠 정도’랍니다.
중동에는 그 같은 팔레스타인 사업가들이 수두룩하답니다. 상당수의 팔레스타인인은 요르단 지역에 살고 있는데 이들은 공직 진출이 막혀 있어 필사적으로 장사에 매달렸고 성공한 부자들이 많답니다(유태인들의 성공스토리와 비슷하지요?). 또 어렸을 때부터 장사에 대한 교육을 받는답니다.
이스마엘은 한국 방문이 이번이 7번째. 이번에 한국에 나오기 위해 팔레스타인을 실질적으로 관할하고 있는 이스라엘 당국과 3개월에 걸친 줄다리기를 벌였다고 합니다.
지난달 29일 출국한 이스마엘이 구입한 자동차는 모두 31대로 금액 기준으로 6만달러 이상. 그는 또 현지에서 완벽한 AS를 위해 매달 8000달러에서 1만달러어치의 자동차 부품을 컨테이너로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큰손’이지요.
마진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장사꾼답게 ‘순익’에 대해서는 함구했습니다. 그와 거래하는 한 관계자는 “운송료 등을 빼면 한 대당 2000달러 이상을 남긴다”고 귀띔하더군요.
‘31대×2000달러’면 6만2000달러.
저는 장사꾼의 힘을 느꼈습니다. 폭탄이 터지는 혼란한 상황에서도 장사꾼은 돈벌이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렇게 수만리 떨어진 곳을 찾아오는 것입니다. 장사꾼은 위대합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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