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명문이라고 하는 대학조차도 이공계 대학원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이공계 대학원 수업에서는 영어로 된 교재를 사용할 수가 없고, 강의를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들린다.
지금은 어느 한 가지라도 2위가 아닌 1위의 뛰어난 과학기술 경쟁력을 갖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됐다. 이렇게 비정한 현실 속에서 오늘날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이 처한 어려운 상황은 이제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생존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년대 산업화를 시작한 이후 우리는 ‘보릿고개’를 넘어 세계가 놀라는 산업 강국을 이룩했고, 현재도 전자 철강 조선공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이만큼의 국가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국가지도자의 과학기술 입국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고,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국민적 인식도 호의적이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우수한 인재들이 공대에 몰려들었다. 대학입시에서는 여러 해 동안 공대 화학공학과 커트라인이 가장 높았고 기계공학과 전자공학과가 그 뒤를 달렸다.
당시 대학의 연구실과 실험실 여건은 참으로 열악하고 초보적이었지만 그런데도 인재들이 거기 모여 절차탁마했기에 오늘의 산업기술을 이룩한 것이다. 우수한 인재의 창의적 사고에서 나오는 과학기술력이 바로 국가발전의 원동력인 것이다.
이제 민족의 장래를 위해 우수 인재들을 다시 이공계 대학으로 끌어와야 한다. 이공계 대학 중흥을 위해 국가지도자가 앞장서고 온 국민이 뜻을 모아 지원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이공계는 등록금도 많고 공부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면서 사회적 대우는 오히려 제한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인재들을 이공계로 끌어들이기가 어렵다.
요즈음 이공계 출신의 공직 진출 확대 문제가 이슈로 등장하고 여러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기술고시와 행정고시의 통합이랄지, 이공계 공직자의 임용비율 확대 등 여러 가지 계획이 발표됐다. 이는 이공계 출신들이 겪어온 구조적 불합리성과 상대적 불이익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기술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에 과학기술인들이 전문성을 갖고 정책 입안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해서 제도와 구조 그리고 인식들을 바꾸어 국가운영의 효율을 극대화해야 우리가 살 길이 있다.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더 바람직한 것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들이 연구와 생산부문에 더 많이 진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 입국은 ‘실천’에 의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회자되는 ‘토론문화’보다는 작은 것부터 지속적으로 실천해 가는 ‘실천문화’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 6개월만이라도 일체의 정쟁, 노사분쟁, 사회갈등 같은 모든 싸움을 중단하자. 그 대신 자동차 한 대라도 더 만들고, 묘목 한 그루라도 더 심고, 내 주변 쓰레기 하나라도 더 치우자. 그러면 틀림없이 하늘이 크게 도우시리라 믿는다.
김우식 연세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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