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싱크탱크]<11>정보통신 정책硏-한국 전자통신硏

  • 입력 2003년 8월 19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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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국내 통신업계는 기존의 아날로그 통신을 대체할 디지털 이동통신의 기술규격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정보통신 분야의 최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상업화한 적이 없는 생소한 기술규격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ETRI가 지지한 디지털 휴대전화 표준은 세계적으로 갓 등장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은 위험하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ETRI는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뒤따라가는 전략으론 기술독립을 이룰 수 없다’는 논리로 CDMA 상용화 작업을 강행했다. ETRI의 판단은 적중했다. 1996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상용화된 CDMA 기술은 한국을 세계적인 이동통신 강국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ETRI가 기술 관련 전략 및 연구를 맡아왔다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한국 정보통신 산업의 청사진을 설계하는 일을 해왔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정보통신 정책은 KISDI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세워졌다.》

▼정보통신 정책 연구원 ▼

▽정보통신 사업의 미래를 대비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KISDI)=1972년 체신부 산하의 ‘한국전기통신산업연구소’로 출범한 KISDI는 △통신사업 허가제 △통신시장 경쟁체제 확립 △PCS 및 IMT-2000 도입 등으로 정보통신 산업의 큰 틀을 만들어 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국내 정보기술(IT) 분야의 정책수립을 주도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찬 박중권 황주성 실장, 김철완 서보현 소장, 염용섭 실장, 이주헌 원장, 이인찬 실장, 윤석훤 소장, 홍동표 실장, 강인수 소장. 변영욱기자

이인찬(李仁燦) 정보산업연구실장은 “KISDI의 연구 활동은 새로운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초고속인터넷 및 휴대전화 분야에서 한국만큼 통신인프라가 발달한 나라가 없어 세계 어느 곳에도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KISDI가 최근 연구 중인 ‘인터넷 상호 접속제도’는 새 교과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동안 경제·경영학적 시각에서 통신 정책을 연구해온 KISDI는 4월 이주헌(李疇憲) 원장 취임 이후 연구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이 원장은 산업자원부와 ‘e비즈니스 로드맵’ 과제 수행 계약을 하는 등 정책 연구 범위를 넓혔다.

KISDI는 임원 1명과 연구인력 101명, 지원인력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사급만 44명이다.

이 원장은 일리노이공대 경영정보학 박사로 AT&T 벨연구소 연구원, LG정보통신 연구본부장,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 평가위원 등을 지냈다.

홍동표(洪東杓) 정보산업연구실장은 IT투자의 경제성을 집중적으로 연구 중이다.

황주성(黃注性) 미래한국연구실장은 KISDI가 역점을 두고 있는 ‘21세기 한국 메가 트렌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지역정보화와 전자정부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염용섭(廉庸燮) 통신방송연구실장은 통신과 방송이 본격적으로 융합하는 시대를 대비해 통신시장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김형찬(金炯瓚) 공정경쟁연구실장은 지배적 사업자가 통신시장을 독과점하지 못하도록 ‘정보통신 요금 및 서비스 규제안’을 만들고 있다.

윤석훤(尹錫(훤,훼)) 특화연구단장 겸 우정 경영연구센터 소장은 사업 다각화를 통한 우정사업 발전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강인수(姜仁秀) 정보통신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남북통일을 대비해 남북통신 교류 협력 방안과 남북간의 사업 다각화 전략을 마련 중이다.

정인억(鄭寅億) 국제연구협력단장은 통신정책에 관한 국제협력의 창구역할을 맡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원 현황
이름직책나이전문분야출신대박사학위
이주헌원장49경영정보남미시시피대일리노이공대경영정보학
오성백부원장53경영일본 인터내셔널 크리스턴대위스콘신대경영학
이인찬실장41경제고려대펜실베이니아대경제학
홍동표실장40생산성분석서울대텍사스대경제학
황주성실장41지역정보화
전자정부
서울대서울대경제지리학
염용섭실장41통신시장 구조분석
규제제도 정비
서울대파리1대학경제학
김형찬실장41요금규제 통신서비스서울대코넬대경제학
윤석훤소장48우정사업 경영전략서울대위스콘신대경영학
정인억단장51국제통신정책 및
규제국제협력
서울대반더빌트대경제학
서보현소장46국제협력
통신정책 및 법제
고려대고려대법학
김철완소장47해외 IT인력 교육성균관대펜실베이니아대경영학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

나성엽기자 cpu@donga.com

▼한국 전자통신 연구원 ▼

대전 유성구 가정동 대덕연구단지에 자리잡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정보통신 분야 기술정책 및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국내 최대 정보통신 연구기관이다. 오른쪽 끝은 하원규 IT정보센터장, 네번째는 이지형 서비스전략연구팀장. 사진제공 ETRI

▽한국 정보화를 이끌어 온 ETRI=197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한국전자통신연구소로 출범한 ETRI의 역사는 한국 정보통신의 발전사(發展史)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교환기(TDX), D램 메모리, 슈퍼미니컴퓨터(TiCOM) 등 국내 정보통신사에 큰 획을 그은 개발 프로젝트의 산실이 ETRI다. 1985년 국내 최초의 국산 전자교환기 ‘TDX-1’을 시작으로 잇따라 개통된 대용량 전자교환기는 만성적인 전화 적체 현상을 단숨에 해소했다. 전국 어디서나 신청 당일에 전화가 설치됐고,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자교환기 수출도 급증했다.

연구원이 상용화를 주도한 CDMA 기술은 안으로 국내 시장을 지키고 밖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방패와 창이 됐다. ETRI는 2001년 미국 퀄컴사로부터 CDMA 상용화에 따른 기술료 분배금 1억25만달러를 받았다. 이는 2000년 국내 모든 기업이 벌어들인 기술료 수입 총액의 절반을 넘는 액수였다.

ETRI 정규직원 1846명 중 석·박사는 1655명(90%). 국내 최고 수준의 고급인력을 바탕으로 ETRI는 올 들어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을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길록(吳吉祿) ETRI 원장은 개인용 컴퓨터에서 주 전산기에 이르는 국내 컴퓨터 기술 개발을 주도해 온 산증인이다. 오 원장은 ETRI의 사령탑으로 4세대 이동통신기술, 차세대 인터넷 서버, 차세대 네트워크 정보보호시스템, 초고속 광 가입자망, 지능형 통합정보방송 등 5대 대형 국책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李蕃) 반도체 원천기술연구소장은 비메모리, 디스플레이, 차세대 전원 등 미래 원천기술 분야 전문가. 외유내강형 리더로 지적재산권 확보에도 관심이 많다.

양재우(梁在宇) 네트워크연구소장은 기계번역 국제컨소시엄의 의장을 지내는 등 국제 정보통신학계에서 명성이 높다.

안치득(安致得) 전파방송연구소장은 지능형 위성 방송 전문가. 신기술을 사회 저변에 빠르게 보급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기철(韓基喆) 이동통신연구소장은 10년 뒤를 내다보는 4세대 이동통신 원천기술을 책임지고 있다.

김채규(金採奎) 컴퓨터소프트웨어연구소장은 정보가전 분야 핵심기술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전도사로 불린다.

박치항(朴治恒) 정보보호연구본부장은 가상현실에서 차세대 인터넷까지 폭넓은 연구경력을 가진 인터넷 및 보안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 현황
이름직책나이전문분야출신대박사학위
오길록원장58컴퓨터서울대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
컴퓨터공학
이번소장56반도체일리노이주립대일리노이주립대전자공학
양재우소장51네트워크 기계번역서울대KAIST전자계산
안치득소장47영상표준화서울대플로리다대전기및컴퓨터공학
한기철소장51CDMA·차세대이동통신고려대고려대재료공학
김채규소장51정보가전 고려대호주 울런공대컴퓨터과학
박치항본부장56차세대인터넷 서울대파리 6대학전자계산
박권철부장50네트워크 전략고려대고려대통신공학
정교일부장46정보보호한양대한양대전자공학
김진웅부장44무선방송서울대텍사스 A&M대전자공학
김흥남센터장47임베디드SW서울대펜실베이니아주립대전산학
자료: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거듭나는 KISDI ▼

“이제 정보기술(IT) 연구는 인문학자들이 해야 합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이주헌(李疇憲) 원장은 IT 분야에 인문 사회과학자들이 적극 참여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 원장은 “그동안 KISDI는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있어서 정보통신부가 준 과제를 주로 수행해 왔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연구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IT 혁명’이 끝난 시점이라는 게 이 원장의 분석이다. 3년 전만해도 인터넷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없으면 업무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는 것.

‘인터넷이 없어도 살 만하다’고 방심한 탓에 ‘1·25 인터넷대란(올 1월25일 바이러스에 의해 전국 인터넷망이 불통된 사건)’과 같은 사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한 인터넷의 부작용은 일상생활 어디에서나 찾아온다.

이 원장은 “스팸메일과 음란정보, 정보격차 등은 우리가 조금만 앞을 내다보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ISDI는 그동안 주로 경영 및 경제학적 관점에서 유무선 통신과 인터넷 관련 정책을 연구해 왔다. 하지만 정책 연구는 산업의 발전기에 필요하며 안정기에 접어든 지금부터는 인터넷 확산에 따른 문제들을 인문학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주장이다.

이 원장은 4월 취임하자마자 ‘21세기 한국 메가 트렌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서울대 철학과 황경식(黃璟植) 교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임혁백(任爀伯) 교수,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최양수(崔良洙) 교수 등 철학 정치 외교 사회 경제 정치 커뮤니케이션 등 학계 각 분야의 전문가 50여명이 참여 중이다.

7월 한 달 동안 두 차례 회의를 거쳐 기본적인 연구방향을 정한 인문사회분야 전문가들은 28일 전체 워크숍을 열어 연구 분야를 세분화한 다음 내년 11월 영역별 학술대회를 거쳐 2004년 최종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원장은 “인문사회분야 전문가들이 무슨 보고서를 내놓을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한국사회가 미래에 겪게 될 시행착오를 크게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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