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 또 얻어맞아. 자, 좀 누워….”
둘은 꼭 껴안고 누웠다. 여자는 한쪽 팔에 소녀의 머리를 올려놓고 다른 손으로는 소녀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빨리 해!
빨리 나와!
총검으로 옆 벽을 툭툭 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 헉 헉, 으으으으윽, 아 아 아 아
헐떡거리고 신음하는 남자와 여자의 소리….
“눈 감아.” 여자는 팔로 떨어지는 눈물을 잠옷 자락으로 닦았다.
“자, 자야 돼.” 여자는 손가락으로 소녀의 눈을 감겨 주었다.
“뭐 보여?”
“…아니…아무 것도….”
“…보일 거야…보이지….”
“…아아…보인다….”
눈두덩 속 어둠에서 빛이 어지럽게 반사하면서, 쉭 쉭 쉭 쉭, 덜커덩 턱 덜커덩 턱, 소녀는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뽀-, 열차는 터널 속 어둠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삐- 활짝 열린 창문으로 검은 연기가 들어왔다. 창문이 고장 났는지 손잡이를 누르면서 위아래로 열심히 흔들어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할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더니, 창문은 분명 열려 있는데 유리에 자기 얼굴이 비쳤다. 터널만 지나면 밀양인데 왜 이렇게 슬픈 얼굴이지…뽀오오오-! 나왔다! 쉭 쉭, 쉭 쉭, 덜커덩, 덜커덩, 덜커덩, 열차는 밀양강 철교를 건너기 시작하고, 소녀는 차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강가에서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쉭 쉭, 쉭, 쉭, 덜커덩 턱, 덜커덩 턱, 덜커덩….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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