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ING증권이 19일 내놓은 기업 보고서. 이 증권사는 보고서에서 ‘텔슨전자가 올해 200억원대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2·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고 신규 제품의 수익성 등도 의문시된다는 이유였습니다.
발끈한 텔슨측이 바로 “최소한의 정보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악의적으로 보고서를 썼다”고 정식으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근거 없는 추정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이 회사는 적자로 돌아선 상반기 실적을 만회하는 차원에서 최근 사업설명회를 열었는데 ING증권의 담당 애널리스트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ING증권측은 “경영진이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며 보고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양측의 신경전 가운데 주가와 실적이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증권사 보고서의 수치 분석이 정확해도 ‘컵에 물이 반이나 찼다’와 ‘벌써 절반이나 줄었다’ 식으로 의견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능력 부족으로 수치 분석이나 전망에 실패했다면 그건 잘못된 보고서입니다. 최근 미국 월가에서도 문제됐듯이 분석은 정확해도 이해관계에 얽힌 증권사의 의도가 들어갔다면 그건 정말 문제입니다.
애널리스트의 고충도 많습니다.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으면 당장 일반투자자까지 항의하는 전화가 빗발칩니다. 어떤 애널리스트는 주식 매도를 추천하는 보고서를 썼다가 회사측의 반발로 다시는 그 기업의 탐방을 갈 수 없게 됐습니다. 회사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애널리스트를 협박한 ‘전설적인 실화’도 있습니다.
이제는 꽤나 신사적으로 변한 편이지만 분석하는 자와 분석당하는 자, 그 사이에서 자기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 사이의 긴장관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정은 경제부기자 lig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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