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정은/애널리스트의 주가전망 항변

  • 입력 2003년 8월 26일 17시 33분


‘현대엘리베이터 타세요. 올라갑니다.’(8월 8일자 삼성증권 기업분석 보고서 제목)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외국인 인수합병(M&A) 논란을 불러온 첫 단추는 어쩌면 이 한 장의 보고서였다.

보고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실적이 해마다 좋아지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와 함께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망으로 기업지배구조상 위험 요인이 사라졌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날부터 외국인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0%였던 외국인 지분은 이달 12일 10.39%까지 높아졌다. 보고서가 제시한 6개월 목표주가(2만7000원)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일. 삼성증권은 열흘 만인 18일 다시 보고서를 내고 목표주가를 3만9800원으로 재조정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상반기 실적이 사상 최고치였다는 점이 주가 상승을 자신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재빠른 대응은 예상을 뛰어넘는 외국인 매수세와 주가 급등의 영향도 컸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증시가 뻗어 올라가면서 애널리스트들은 담당 종목의 목표주가를 올리느라 분주하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하는 주가를 따라잡으려 허겁지겁 쫓아가는 양상이다.

목표주가가 슬금슬금 계단식으로 60만원까지 올라간 삼성전자는 물론이거니와 포스코 등 상당수 우량주도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는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연일 신고가(新高價)를 경신하자 엿새 만에 다시 목표주가를 12% 올렸다.

이는 지난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올리기 경쟁을 생각나게 한다. 애널리스트들은 당시 활황세에 힘입어 목표주가를 70만원대까지 높여 불렀다. 하지만 결과는 30만원선 턱걸이였다. 보고서를 믿고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쓴물을 삼켜야 했다.

“그럼 어쩌겠어요. 주가가 펀더멘털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게 아닌데…. 증시가 오르는데 목표주가 안 바꾸면 바보 소리 듣습니다. 기업가치의 변화 속도는 느린데 당장 예측이 불가능한 주가에 따라가야 하니 우리도 엄청 스트레스 받아요.” 최근 담당 종목의 목표주가를 올린 한 애널리스트의 항변이었다.

이정은 기자 ligh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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