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06…낙원으로(23)

  • 입력 2003년 8월 29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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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몫은 절반이다. 너희들은 군속 취급을 하고 있으니, 시모노세키에 본사가 있는 야전우편국에 저금을 한다. 고맙다는 뜻으로 용돈을 주는 병사도 있는데, 그런 용돈은 전부 너희들 것이다. 내가 통장에 저금을 해줘도 상관없고, 고향에 송금을 해도 좋다, 잃어버리지 않게 간편복에 속주머니를 만들어 간직해도 좋고. 아무튼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전쟁이 끝나면 너희들의 임무도 끝나니까 통장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면 된다. 커다란 집 짓고, 흥청거리지만 않으면 평생을 먹고살 수 있는 큰 돈이다. 그때까지는 멸사봉공, 성전완수, 한 몇 년 눈 딱 감고 이를 악물면, 그 다음 인생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나라를 위해 일하면서 돈도 버니 일거양득, 일석이조, 굴러들어온 떡이다. 나라를 위해서, 돈을 위해서 열심히 분발해라, 알겠나?

아침은 항상 이 시간에 먹는다, 점심과 저녁은 근무 도중 적당한 때를 봐서 먹도록. 목욕은 9시에서 10시 사이에 끝내고, 목욕을 하면 빨래와 위생 색 재생 작업을 한다. 작업이 끝나면 12시에는 병사들이 오기 시작하니까, 그 전에 얼른 준비를 끝내도록. 황군과 같은 장소에서 먹고 자는 너희들이니, 황군의 규율을 어지럽히는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안내소에 ‘육군오락소규칙’이라고 붙어 있지. 하나, 규정을 지키지 않는 자 및 군기 풍기를 어지럽히는 자는 퇴장시킨다. 병사들이 혹시 술이나 먹을 것을 권하더라도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둘, 실내에서는 음식을 금지한다, 알겠나.

그 다음은, 음 그렇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방에만 있지 말고 병사들이 없는 틈에는 잠시 바깥 공기도 쐬고, 이렇게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심호흡을 해라. 일주일에 두 번 황국신민의 서사를 제창한 후에 맨손체조를 하니까, 순서를 외워두고. 단 숙사에서 10m 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 그 이상 멀리 가면 주의를 주고, 주의를 주는데도 돌아오지 않으면 발사한다.

이 지역을 통과하는 부대가 없어서 한가할 때는 육군 병동이 설치돼 있는 무한대학에 위문을 하러 간다. 그때는 하얀 블라우스에 몸뻬를 입고 하얀 앞치마에 대일본국방부인회란 어깨띠를 두른다. 아리따운 일본 여자가 된 기분으로, 명예롭게 부상을 입은 병사들의 빨래도 빨아주고, 몸도 닦아주고, 얘기 상대가 돼 준다. 그러니까 고하나는 하루빨리 일본말을 배우도록.

1941년 12월 8일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이래, 매월 8일이 대조봉대일(大詔奉戴日)로 정해진 것은 알고 있겠지. 기관이나 학교에서는 개전조서를 봉독하는 식, 각 가정에서는 국기 게양, 신사, 사원, 교회에서는 필승기원식을 올리도록 내각이 고시, 실시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매달 8일에는 업무를 쉬고 식을 거행한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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