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은 6자회담의 장기적 목표이지 이번 회담의 목표는 아니었던 만큼 회담의 성공 여부는 참가국들의 기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북한을 제외한 5개국에 성공이란 사흘 동안의 회담이 중대한 분열을 일으키거나 일찍 결렬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회담은 적어도 당분간 북-미간 긴장 악화를 막았다. 적대 관계인 미국과 북한은 베이징에서 직접 만나 비공식적이지만 성의 있는 외교적 대화를 할 정도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중지했다.
회담 분위기를 방해하려는 평양과 워싱턴의 강경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담 참가자들이 침착함을 유지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물론 북한 대표는 4월 베이징 3자회담 때 처음 밝힌 “핵보유국임을 선언하고 핵 능력을 과시하겠다”는 발언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북한이 그것을 협상의 자세로 말했다는 것이다. 북한 수석대표는 북한이 미국과 협상할 용의가 있으며 미국이 공식적인 안전보장을 제공하면 핵 프로그램을 해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 종식에 대해 협상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익명의 행정부 관리가 북한이 다시 ‘핵 협박’을 했다고 언론에 흘림으로써 베이징에서의 건설적 분위기를 방해하려고 했다. 다행히 회담 참석자들은 대부분 침착했으며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했다.
이것은 지난해 10월 북-미 교착상태가 시작된 이후 양국이 취한 최초의 건설적 조치이다. 회담 참가자들이 대결이 아니라 평화적 외교적 해결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첫 조치이기도 하다. 국제적 위기를 평화적 외교적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강국들이 모인 것은 중요한 외교적 성과다. 남북한 같은 작은 나라들을 동등한 자격으로 외교적 대화에 포함시킨 것은 특히 그렇다.
북-미 관계를 악화시키는 적대감과 불신을 제거하는 일은 보다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서 중요하다. 미국은 이 목표를 위해 먼저 중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약속이 진지하다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그의 거친 표현은 외교적 협상에 참가하겠다는 의지로 대체돼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 진실한 기독교인이라면 그는 북한의 과거 잘못을 기꺼이 용서하겠다고 밝히고 정치적 전제조건이 없는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은 북한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약속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확실하게 보여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일본 국민에게 진지하게 사과하고 납치한 일본인을 돌려보내야 한다. 이것은 아무런 정치적 전제조건이나 금전적인 대가 없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적 사찰을 허용하고 핵무기 프로그램 해체를 입증해야 한다. 양측은 상대방이 먼저 이행해야 할 전제조건을 요구하지 말고 동시에 일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번 6자회담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를 바란다.
정리=권순택 워싱턴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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