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투자은행 ‘드레스드너 클라인보르트 벤손’이 1999년 “최근 100년간 경제 금융위기가 초고층 빌딩 건설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회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뉴욕의 크라이슬러빌딩(높이 318m·준공 1930년)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381m·1931년)이 착공된 뒤 증시가 폭락했고, 두 빌딩이 완공될 즈음에는 대공황(1929∼1939년)을 겪었습니다.
2001년에 발생한 9·11테러로 세상에서 사라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417m)와 시카고의 시어스타워(442m)가 완공된 1971년과 1974년 이후 미국은 물가가 급등하면서 재정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높은 빌딩인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483m)가 완공된 1997년에는 아시아 전역을 강타한 금융위기로 말레이시아의 경제 역시 휘청거려야 했습니다.
이쯤 되면 벤손사의 주장이 나름대로 근거가 있어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세계 초고층을 자랑하는 빌딩 대부분이 해당 국가의 경제가 최고 활황기에 다다랐을 때 계획된 뒤 몇 년 뒤 완공 때가 되면 경기 흐름상 불황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이론이 요즘 한국에서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2008년쯤 서울 상암동에 들어설 국제비즈니스센터(580m)와, 2006년 1단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인 부산 롯데월드Ⅱ(492m) 때문입니다. 롯데월드가 계획대로 완공되면 세계 최고층 건물이 됩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마천루 징크스’가 재현될까요? 기우(杞憂)로 끝나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황재성 경제부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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