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1월 말에는 가능할 것 같은데요.” (애널리스트)
“한동안 외국인이 계속 팔지 않았습니까?” (기자)
“미국 나스닥 시장이 오르면 또 산다니까요.” (애널리스트)
최근 주당 38만원대까지 미끄러진 삼성전자 주가를 보면서도 한 애널리스트는 태연했다. 5월 이후 50% 급상승했으니 이 정도의 조정은 가뿐히 넘길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의 항의성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9월 초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하느라 바빴다. 14개 증권사가 비슷한 시기에 재조정한 적정 주가는 50만∼60만원 수준. 세계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세와 실적 개선 등이 이유였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외국인의 매수세를 따라간 측면도 컸다. 다른 대형 우량주에 대해서도 비슷한 작업이 진행됐다.
개인들은 이들의 주장을 믿고 있는 것 같다. 추석 직후인 지난달 15일부터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대형 경기민감주를 사들였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뻗어 올라가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만 봐야 했던 종목들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추석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7월 초 수준인 38만원대로 돌아왔으니 싸다고 느낄 법도 하다.
그러나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개인의 매수 움직임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눈치다. 반등세가 확인되는 ‘무릎’ 시점에서 사야 하는데 주가가 급락하는 시점에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는 것. 이런 ‘베팅’은 일부 애널리스트의 주장대로 주가가 곧 이전 고점(高點)을 뚫어낸다는 기대감이 있기에 가능하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삼성전자 60만원’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 외국인들이 최근 경기방어형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이들이 30일 다시 ‘사자’로 돌아서며 주가를 반등시켰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증시 일각에서는 “개인들이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쏟아내는 물량을 받아내는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실패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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