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32…낙원에서(10)

<줄거리> 1944년 3월, 밀양강 강가에서 아낙네들이 우철이 징병을 피해 일본으로 밀항했다고 수군덕거린다. 동생 우근은 달리기 연습에 정진하면서 부산 초량고에 다닌다. 그해 말, 영자는 중국 전선에서 나미코란 이름의 위안부로 일본군을 상대한다. 가토 중사는 나미코에게 마음을 두고 친절히 대해 주는데….

남자는 중국 담배 루비 퀸을 꺼내 불을 붙였다.

“아랫도리는 아쉬울 거 없어. 숫처녀들 징발해서 얼마든지 안을 수 있으니까. 어둡군. 왜 이렇게 음침한 거야.”

나미코는 접시에 종유와 심지를 담고 성냥을 긋고서, 남자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눈빛이 이상하다…취한 건가? 술 냄새는 안 나는데…아편? 칼을 들이대거나 이상한 짓을 요구한다 싶으면 대개는 아편을 한 병사다…만약 아편을 했다면 늪처럼 어둡고 우울해 하다가도 국물에 뜬 멸치처럼 덩실덩실 춤추기도 하고, 차분하지가 못할 텐데…맞아…이 사람 눈빛에는 살기가 어려 있어….

남자는 간편복의 앞섶을 쥐어뜯다시피 하여 젖가슴을 드러나게 해 놓고는 나미코의 턱을 잡고 치켜들었다.

“젖가슴도 얼굴도 예쁘군. 아직 어려.”

나미코는 체념하고 남자의 물건을 입에 물었다. 빨간 옷은 정액으로 얼룩지고, 파란 옷은 단추가 떨어져 나가고…어쩌나…내일 아침에 다행히 열이 내리면 빨래도 하고 단추도 달 수 있지만…정말 운도 없지….

남자는 나미코의 두 귀를 손바닥으로 누르듯 머리를 잡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자의 손은 가토 중사가 이마에 올려주었던 수건보다 훨씬 차가웠다.

“여자들은 말이지, 다들 숯검정으로 얼굴 시커멓게 칠하고, 머리도 일부러 빡빡 깎았지만, ‘쓰 러(죽일 거야)! 퉈 러(벗어)!’ 하고 소리치면서 윗도리 벗는 시늉을 하면 훌훌 벗고 젖가슴을 내보인다니까. 젖가슴 보면 대번에 나이를 알 수 있지. 그래서 젊은 년들 몇 명 골라 ‘피 칸칸(아랫도리 벗어)’ 하면 다들 얌전하게 쿠즈(바지) 내리고 눕는다니까. 그 다음엔 대여섯 명이서 가위 바위 보로 차례를 정하는 거야. 야! 혀를 제대로 놀려야지!

열대여섯 살 숫처녀들은 부모가 나서서 ‘추밍(살려 주십시오)! 추밍!’ 하고 무릎을 꿇고 빌지만, 너무 성가시게 매달리면 그냥 총검으로 칵! 자기 딸 쪽으로 손을 뻗고 피를 토하면서 이름을 부르는데, 부모가 바로 눈앞에서 죽는데도 독한 년들은 걷어차고 깨물고 말을 안 듣는다니까.”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