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먼데이]인천장묘공원 주부 봉사단 김미정-홍순월씨

“운구 행렬이 들어서면 먼저 마음속으로 망자(亡者)에게 경의부터 표합니다. 그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하고 나서 유족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하죠.”

인천 부평구 부평2동 시립묘지공원 내 화장장(승화원) 현관 입구에서는 주부 봉사단원이 매일 2명씩 짝을 이뤄 안내활동을 하고 있다.

장의차가 들어서면 맨 먼저 맞는 이들은 화장에 앞서 고인과의 ‘고별 의식’이 치러지는 분향실로 유족들을 안내한다. 이어 유족들에게 유골 처리와 유골함 구입처, 납골당 이용 방법 등을 알려준다.

이 곳의 주부 봉사요원 18명 가운데 김미정(46), 홍순월씨(44)는 매주 수요일마다 화장장에서 이 같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짝.

인천시교육청 직원으로 일하다 명예퇴직을 한 홍씨는 4년 전부터 미용기술을 익혀 양로원, 복지원 등에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하다 화장장 자원봉사에 나섰다.

부녀회 활동에 열성적이었던 김씨는 5월부터 각종 자원봉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처음 화장장에서의 자원봉사를 제의받았을 땐 선뜻 내키지 않았어요. 화장장이 봉사자를 2개월 이상 찾았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을 알고 자원했어요.”

김씨와 홍씨는 마음이 썩 내키지 않은 상태에서 화장장 봉사원으로 나섰지만 요즘은 화장장에 대한 인식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묘지공원을 산책한 뒤 도시락을 먹는 경우가 많다. 또 화장과 장기기증을 적극 옹호하게 됐다.

김씨는 “선입견 때문에 처음 봉사활동에 나설 때 꿈자리도 사나왔지만 화장장처럼 깨끗한 곳이 드물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나 자신이 장기를 기증하고 화장하기로 이미 마음을 정했고 자식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할 기회를 갖다보니 삶이 아주 고귀하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됐다”며 “이로 인해 자식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던 습관도 버리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와 홍씨는 화장장 봉사가 없는 날이면 동네 청소나 미용봉사 등에 나선다.

화장장을 관리하는 인천시 장묘공원관리사업소 안효배 소장은 “7월부터 활동에 나선 주부 봉사원들이 경황이 없는 유족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화장장 분위기도 밝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장묘공원관리사업소는 공원 49만9000평에 묘지가 모두 들어찼기 때문에 화장로 11기를 갖춘 화장장과 2만여기를 유치할 수 있는 납골당을 운영하고 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