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이정은/“100억대 펀드” 20代 창업스토리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7시 52분


최근 서울대 경영대학원 경영전략 수업에서는 20대 ‘청년 사장님’이 진행한 창업 관련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름난 회사나 중년의 실력자들이 섰던 자리에 젊은 창업자가 서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자신의 창업 노하우를 공개한 VIP투자자문 최준철 대표(28)는 대학경제신문(옛 대학투자저널) 발행으로 사업의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최근 사모(私募)펀드를 만들면서 100억원대 자금을 끌어 모아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증권거래소를 출입하면서 지켜본 창업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최 대표와 공동창업자인 김민국 대표는 매달 양손에 신문 꾸러미를 들고 여의도 증권가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습니다. 마감 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에게도 “꼭 한 번 읽어봐 달라”며 불쑥 찾아오곤 했습니다.

갱지에 어설프게 찍은 신문이었지만 이 청년들은 쑥스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당당했습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외판원 같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발품을 파는 것이 인상적이어서 뒷모습을 한동안 쳐다봤지요.

수익률 100%를 넘어서는 이들의 가치투자 기법은 증시 전문가들에게서도 조금씩 인정을 받았습니다.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여러 증권사로부터 “키워주겠다”는 러브콜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를 모두 거절하고 두 사람은 8월 강남역 근처에 자신들의 투자자문 회사를 열었습니다.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이 꿈꾸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입니다.

눈물겨운 사연도 많았더군요. 신문 찍을 돈이 없어 선배에게 300만원을 꿨던 일, 신문을 돌리기 위해 무작정 증권사를 찾아갔다가 외판원으로 오인받아 쫓겨난 일 등…. 정식 사무실을 열기 전에는 서울대 주변 고시원 근처 작은 개인집을 개조해 숙식을 해가며 일했습니다.

이제 창업에 안착륙한 이들은 회사를 크게 키우겠다는 생각에 들떠 있습니다. 과로 때문에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고생한다면서도 일에 여념이 없더군요. 젊은 사업가가 멋진 성공 사례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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